올해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세돼 지주들에게 추가보상을 하느라 금융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해 지급보증을 꺼리는 것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12월까지 분양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전에 금융비용을 감당 못하고 도산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1·11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체들이 땅 확보를 전담하는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꺼려 아파트 건설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아파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수익성 악화 우려 시공업체 지급보증 꺼려
현대건설은 최근 울산 중구 우정동에 4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으려던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시행사가 당초 제시한 분양가(평당 1100만∼1200만 원)를 맞추기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이미 토지 매입을 100% 끝냈고 교통·환경영향평가도 통과했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시공사들이 군침을 흘렸을 만한 사업이었다”며 “대형 건설업체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사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태영은 1월 초 B 시행업체에서 강원 춘천시 온의동에서 30∼50평형대 아파트 450채를 짓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받고 현장조사까지 마쳤다. 춘천시 도심에 자리 잡아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데다 2009년에 생길 경전철역이 바로 앞에 들어서 입지여건이 좋았다.
그러나 태영 측은 1·11대책 직후 “춘천시의 주차장 관련 규정이 강화돼 가구당 주차면적을 넓혀야 하는데 이를 분양가에 포함시킬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추진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업성만 어느 정도 있으면 시행사가 택지를 70%만 확보해도 지급보증을 서 줬는데 요즘은 택지를 80∼90% 확보해도 지급보증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달리는 시행사들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면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에도 악영향이 미쳐 민간아파트 공급이 더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70여 개 시행사의 협의체인 대한디벨로퍼협회 측은 “상당수 회원사가 올해 신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7418채로 지난달(1만1420채)에 비해서는 35%, 지난해 같은 달(1만9883채)에 비해 63%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과 비교해 지방(18.1%)보다 땅값이 비싼 수도권의 감소 폭(47.3%)이 더 컸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업체들이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지급보증 조건을 예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주택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급보증:
지급보증 건설업체들이 시행사가 제출한 주택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도급계약을 할 때 대출 상환을 보증해 주는 것.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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