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좌절…‘1·11대책’ 여파 주택사업 취소 잇따라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코멘트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하고 있는 C 시행사는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시공업체가 지급보증을 해 주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세돼 지주들에게 추가보상을 하느라 금융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해 지급보증을 꺼리는 것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12월까지 분양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전에 금융비용을 감당 못하고 도산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1·11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체들이 땅 확보를 전담하는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꺼려 아파트 건설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아파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수익성 악화 우려 시공업체 지급보증 꺼려

현대건설은 최근 울산 중구 우정동에 4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으려던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시행사가 당초 제시한 분양가(평당 1100만∼1200만 원)를 맞추기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이미 토지 매입을 100% 끝냈고 교통·환경영향평가도 통과했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시공사들이 군침을 흘렸을 만한 사업이었다”며 “대형 건설업체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사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태영은 1월 초 B 시행업체에서 강원 춘천시 온의동에서 30∼50평형대 아파트 450채를 짓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받고 현장조사까지 마쳤다. 춘천시 도심에 자리 잡아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데다 2009년에 생길 경전철역이 바로 앞에 들어서 입지여건이 좋았다.

그러나 태영 측은 1·11대책 직후 “춘천시의 주차장 관련 규정이 강화돼 가구당 주차면적을 넓혀야 하는데 이를 분양가에 포함시킬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추진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업성만 어느 정도 있으면 시행사가 택지를 70%만 확보해도 지급보증을 서 줬는데 요즘은 택지를 80∼90% 확보해도 지급보증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달리는 시행사들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면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에도 악영향이 미쳐 민간아파트 공급이 더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70여 개 시행사의 협의체인 대한디벨로퍼협회 측은 “상당수 회원사가 올해 신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7418채로 지난달(1만1420채)에 비해서는 35%, 지난해 같은 달(1만9883채)에 비해 63%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과 비교해 지방(18.1%)보다 땅값이 비싼 수도권의 감소 폭(47.3%)이 더 컸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업체들이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지급보증 조건을 예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주택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급보증:

지급보증 건설업체들이 시행사가 제출한 주택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도급계약을 할 때 대출 상환을 보증해 주는 것.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