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안맞는 정책 조합 경제부작용 더 키웠다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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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 후보지인 충남 연기군의 땅값은 현 정부 들어 지난해 11월까지 73%나 치솟았다. 이 기간 전국 땅값 상승률은 17%를 약간 웃도는 데 그쳤다.

땅값이 올라 목돈을 쥔 땅주인 중 상당수는 수도권 아파트를 사들여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 국토균형 발전정책이 ‘집값 안정’이란 목표를 훼손한 것이다.

수도권의 집값을 잡는다며 내놓은 부동산정책은 세금과 규제 위주였다. 결과는 공급 부족에 따른 수도권 집값의 추가 상승이었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지역균형’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상충되는 정책을 펼치다 보니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1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 정부가 지난 4년간 숱한 경제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상충되는 정책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옥상옥(屋上屋)의 대통령직속위원회들이 자기 분야의 목표에만 맞는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다른 목표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아마추어리즘과 리더십 부족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24일 “현 정부 초기에 대학교수, 일부 386세대 등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이 좋아 보이는 정책을 모두 끌어다 썼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권자가 상충되는 정책 중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제대로 가려내지 않아 정책 부작용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균형발전 정책과 부동산시장 안정 정책 외에도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저(低)금리 정책과 집값 안정 정책 △일자리 창출 정책과 비정규직 보호 정책 △복지 지출 확대 정책과 균형재정 정책 등도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궁합이 맞지 않는 정책’으로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신년연설에서 “그동안 참여정부 뭐했냐. 설명을 다 드릴 수가 없습니다. 너무 많으니까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청와대에 파견됐다가 최근 복귀한 경제 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예전에 청와대에서 일했을 때보다 몇 곱절 더 힘들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조합(policy mix)을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2%로 정부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 5% 안팎에도 못 미쳤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2005, 2006년 연속 30만 개를 밑돌았고 올해에도 30만 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정책 조율의 능력과 경험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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