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금융정책 펀드시장 갈팡질팡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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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외 펀드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역외(域外) 펀드에 대해서도 세금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펀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 재경부 일주일 만에 방침바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5일 ‘기업의 해외 진출 촉진과 해외 투자 확대 방안’을 통해 3월 말부터 해외 펀드에 투자해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 3년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비과세 대상은 국내서 설정해 국내 투자자 자금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고, 외국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와 펀드 상품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재간접펀드(펀드 오브 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해외 펀드 191개 가운데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펀드는 15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역외 펀드를 중도에 해지하고 비과세 대상인 해외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는 성급한 투자자도 속출했다.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등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역외 펀드 비과세 혜택 제외는 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재경부는 일주일 만에 방침 변경을 시사했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에번 헤일 아시아총괄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역외 펀드 비과세에 대해 재경부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하자 재경부는 “비과세 확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 23일자 B6면 참조

▶ “역외펀드도 비과세 혜택 한국정부에 적극 건의중”

재경부 허용석 세제실장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도록 조만간 명확한 방침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어떤 펀드가 대상이냐” 문의 빗발

상황이 오락가락하자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 창구에선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삼성증권 김선열 분당지점장은 “‘도대체 어떤 것이 비과세 펀드냐’, ‘왜 같은 해외 펀드인데 비과세 대상이 다르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강남 프라이빗뱅킹(PB)센터 장문성 팀장은 “금융종합과세에 신경 쓰는 10억 원 이상의 거액 자산가들은 펀드 수익률보다 비과세 대상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가입 한도에 제한이 없는 해외 펀드는 비과세 혜택만 보장된다면 금융자산가들의 절세 상품으로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역외 펀드 가입 비중이 높은 데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다양한 운용 경험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역외 펀드 등으로 비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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