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에너지가 지정한 연구소에서 960개 상품의 테스트를 받았고, 부산 공장의 실사(實査)도 이뤄졌다.
하이록코리아 문휴건 사장은 "GE에너지에 피팅을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업체는 전 세계에 7개 뿐"이라며 "글로벌 업체로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 회사는 배관의 상태를 점검하는 계측용 밸브, 배관을 연결하는 초정밀 피팅 개발에 30년째 '올 인'(다걸기)하고 있다. 자동차에 주로 쓰이던 이들 제품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형 선박은 물론 발전소, 석유화학시설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좁다, 해외로…'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낭보(朗報)가 전해졌다.
중국 최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상하이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독일 바스프 현지 법인으로부터 약 100만 달러의 주문을 따낸 것.
문 사장은 "바스프가 먼저 입찰참여 제의를 했고, 연간 매출 80억 달러의 세계 최대 밸브업체인 미국의 스웨지록을 제치고 수주한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가 거래하는 세계적 규모의 기업은 바스프 지멘스 벡텔 등 60여개에 이른다. 미국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에 90여개 지점(직영은 5개)을 두고 있다.
문 사장은 해외시장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미 국내 밸브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국내 시장규모는 세계의 1%(약 200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기 때문이다.
1999년 삼성중공업을 통해 이란의 사우스파스 가스전 개발에 약 5억 원어치의 밸브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거래 국가를 늘렸다. 지난해 수출은 31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46%)에 육박한다.
●'고성장, 고수익의 두 마리 토끼'
하이록코리아는 전형적인 '굴뚝'산업이지만 수년째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매출액은 2003년 360억 원에서 지난해 685억 원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고,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5%(영업이익 100억 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올해 실적도 밝게 전망하고 있다.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조선업의 호황으로 2010년까지 공급물량이 확정돼 있는 데다 중동 지역의 플랜트와 발전설비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회사 측은 부가가치가 높은 밸브 쪽 비중을 현재 30%에서 2008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6, 7개의 부품으로 된 피팅보다 40, 50개 부품으로 구성된 대형 밸브의 부가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장차 3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해 세계 3위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하이록코리아가 전 세계 밸브 피팅 공급의 80%를 독차지하고 있는 2개의 '골리앗'(스웨지록과 파커 한니핀)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애널리스트 분석 - 정동익 CJ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산업용 초정밀 관이음쇠(피팅·Fitting) 및 밸브 전문업체로 석유화학시설, 조선, 철도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조선 석유화학 업황 호조로 전망도 밝다. 국내 독점적 지위로 수년째 사상 최고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50% 올랐으나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로 낮은 편이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의 주요 경쟁사가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점, 원-달러 환율 하락시 수출 채산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위험요인이다.
부산=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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