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국 현대차 사장 “오일쇼크 외환위기 이겨냈듯, 또…”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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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급등과 고유가, 내수경기 위축, 노사 문제. 현대자동차는 그 어느 때보다 세찬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올해도 경영 여건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국민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차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판매촉진대회에서 만난 최재국(59) 현대차 사장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은 넘쳐 났다.》

“1, 2차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등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온 현대차예요. 이번에도 분명히 이겨 냅니다.”

최 사장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투로 현대차의 잠재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인데 원-달러와 원-엔 환율이 모두 떨어져(원화가치 상승) 해외시장에서 수익 감소와 가격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생산하는 자동차의 75%를 수출하고 있는 데다 일본차와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환율에 민감하다는 것.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88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올해 경영계획을 마련했어요. 내수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노조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어 이러다 올해 큰일이나 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스스로 대내외적인 상황이 모두 좋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우선 비용절감입니다. 자동차 설계단계에서부터 효율성을 최대한 중시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무조건 아끼자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생산과 관리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죠.”

또 환율에 영향을 덜 받고 이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품질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의 열쇠라는 것을 그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해외시장에 맞는 차를 현지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의 글로벌경영을 통해 판매량을 높이고 동시에 환율 문제와 파업 등의 위험요소도 분산해야 합니다.”

이 같은 글로벌경영을 통해 현대·기아차는 2010년경에 6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량의 절반은 해외공장이 맡게 된다.

해외 현장에 뛰어다니다 보니 지난해 말로 항공사 마일리지가 100만 마일을 돌파했다는 그는 앞으로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에 처음 입사한 20대 후반에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를 좌우명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책임자로서 스스로 성실한 모습을 보이자’로 바뀌었어요.”

수시로 떠나야 하는 해외출장과 피를 말리는 실적경쟁 속에 어떻게 건강을 챙기는지 물었다.

“CEO(최고경영자)는 건강도 중요해요.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회사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함께 등산을 합니다. 최근에는 회사 근처 청계산 정상에 올라가 노사화합을 빌었어요. 현대차는 저력이 있어요. 올해 어려움도 극복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최재국 사장 약력

1948년 서울 출생

1967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4년 현대차 입사

197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현대자동차 경영전략팀 팀장

2001년 미국판매법인 상무

2004년 미국판매법인 부사장

2004년 현대차 해외·국내영업 담당 사장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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