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고용·버거운 집값…힘든 서민생활

  • 입력 2007년 1월 4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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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5%대의 성장이 이뤄졌는데도 왜 이렇게 서민들의 주름살은 점점 더 패여가는걸까.

정부는 4일 내놓은 '현 경제상황 평가 및 경제전망'자료를 통해 거시경제구조와 고용 등의 차원에서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현상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정부 고위층들의 "거시지표가 좋으므로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 반복되던 1~2년전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얼어붙은 고용…버거운 집값= 정부는 지표와 실세 생활의 괴리 원인 중 하나로 성장의 고용창출효과가 떨어졌다는 점을 꼽았다. 한마디로 늘어난 파이를 분배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2003년의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3.1% 성장했지만 취업자수는 오히려 전년보다 2만 명이 줄었고 지난해도 5%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자리 증가는 30만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가가치 10억 원당 취업자수도 2003년 33.4명에서 2005년 31.7명으로, 지난해에는 30.5명 내외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선진국들도 이미 1980년대 이후 겪은 과정"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산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으로 그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이 부진한 점도 전체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가가치는 높지만 고용증가는 많지 않은 정보기술(IT)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제조업 생산설비가 해외로 옮겨가면서 제조업의 일자리가 추세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제조업보다 고용창출이 많은 건설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게 재경부의 분석이다.

산업의 최종수요가 10억원이 늘어날 때마다 건설업의 고용은 20.8명씩 늘어나 제조업(14.4명)을 능가한다.

외관상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물가지표와 달리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집값 문제 역시 국민이 성장의 과실을 전혀 맛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 불과하지만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의 집값은 11.6%나 뛰었고 전셋값도 6.5%나 급상승했다.

재경부는 "소비자 물가가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생계비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소비재이자 투자재인 주택의 성격상 주택가격 자체는 소비자 물가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며 통계청의 집세조사와 국민은행 주택가격조사의 목적 차이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밖으로 새는 소득= GDP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을 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데는 교역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 손실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등 원자재 값은 급격히 상승하는 반면, 수출하는 정보기술(IT) 제품 등의 가격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거시경제지표에서 GDP 증가율보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이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술진보가 빨라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는 늘지만 가격하락폭도 큰 IT 분야가 수출 주력품목으로 자리 잡은 것도 한 원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결국 양호한 실물생산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나 기업의 수익성 증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해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로 교역조건 악화 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GDP와 GNI 간 격차가 해소되고 체감경기 호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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