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배용준·장하성·진대제…이름 하나에 주가 출렁출렁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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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영애 주식회사라니요.”

올해 2월 7일 인천공항.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영화배우 이영애 씨는 베를린 출국 전 공항에서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이 씨의 소속사 관계자가 “뉴보텍이라는 엔터테인먼트업체가 ‘주식회사 이영애를 설립하고 이영애 씨 오빠와 함께 공동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공시를 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며 전화를 건 것.

이튿날 이 씨는 뉴보텍을 명예훼손 및 허위공시와 시세조종 혐의로 고소해 파문이 확산됐다.

이후 뉴보텍 주가는 크게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뉴보텍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까지 드러났다. 액면가 500원의 이 회사 주가는 한때 2만1500원까지 갔다가 26일 현재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995원까지 주저앉았다.

올해도 한국 증시는 유명인의 등장에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줬다. 전문가들은 실적과 관계없는 유명인의 이름값에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올해도 예년 못지않게 수많은 연예인 이름이 증시에 오르내렸다. 대부분 ‘반짝 호재’에 그쳐 뒤늦게 뛰어든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아 문제가 됐다.

‘용사마 열풍’의 주인공인 영화배우 배용준 씨가 3월 키이스트 유상증자에 90억 원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자 연초 2000원대 하던 주가(액면가 500원)는 4월 한때 4만 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키이스트는 올해 상반기(1∼6월) 6억7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영업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26일 현재 7780원까지 급락했다.

엔터테인먼트업체 스타엠은 소속배우인 장동건 씨의 지분보유(5.33%) 효과로 5월 2일 1만7200원(액면가 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상반기 62억 원 순손실 이후 시름시름 추락해 2765원까지 밀렸다.

연예인 못지않게 사회 저명인사의 움직임에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9월 이동통신용 중계기 생산업체인 쏠리테크의 자회사 등기임원이 되면서 쏠리테크 주가를 급상승시켰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10월 화장품 및 바이오사업을 벌이는 에스티씨라이프의 전환사채(CB) 60억 원어치를 인수하며 이 회사의 반짝 장세를 이끌기도 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올해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투자자문을 맡고 있는 그는 저평가 자산주를 집중공략하며 증시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대한화섬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동원개발 등 KCGF가 손을 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뛰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저평가 자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장 교수의 기업지배구조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특정기업의 지분 매입을 선언하면서 기업 경영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외국에서도 인물 때문에 주가가 춤을 추기도 한다.

하지만 잭 웰치(전 GE 회장), 칼리 피오리나(전 HP 회장), 마사 스튜어트(전 리빙옴니미디어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의 동정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처럼 연예인에 의해 주가가 출렁이지는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연예인 테마는 마지막 사람이 손해를 뒤집어쓰는 ‘러시안 룰렛’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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