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5차협상 종료…3가지 청신호-적신호 동시에 ‘깜빡깜빡’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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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은 겉으로는 뚜렷한 진전 없이 끝났다. 하지만 전체 한미 FTA 협상 진행 과정에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열쇠는 무역구제다. 한국이 이번 5차 협상에서 미국에 5가지 반(反)덤핑 관련 개선 사항을 요구한 것은 전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연말까지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한국이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하는 식으로 전체 한미 FTA 협상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내년 1월 한국에서 열리는 6차 협상부터 양국 간에 ‘주고받기’가 이뤄지면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협상단의 핵심 실무자가 한미 FTA를 둘러싸고 최근 부각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정리해 본보에 보내왔다. 그는 1차부터 줄곧 협상에 참여해 왔는데 “한미 FTA 협상은 1, 2개월 안에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청신호


①무역구제↔쇠고기 등 빅딜 가능성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을 압박하며 의약품과 자동차 부문의 회의까지 중단시키는 강수를 뒀다. 미국은 이전 협상에서 한국이 공세를 펴면 맞불을 놓았는데 이번에는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양국 고위급 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산 ‘뼛조각 쇠고기’ 문제가 긴급 통상 현안으로 떠올랐고, 한국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국 제약업계가 자국 협상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이들 분야를 서로 묶어 처리하면서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②‘뼛조각’ 퇴짜로 국내 신뢰 회복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왔고 한국이 이를 3번 모두 검역 불합격 처리한 것이 FTA 협상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미국이 “쇠고기 검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 자체가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3번이나 퇴짜를 놓은 것은 국내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긍정적이다. ‘졸속 추진’ ‘굴욕적 외교’ 등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③한국, 워싱턴-몬태나서 협상 공조

이번 5차 협상 기간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의회의 유력 인사를 만나며 현장의 김종훈 수석대표와 긴밀히 연락을 취했다. 진전이 없던 섬유 분과도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과 스콧 퀴젠베리 미 무역대표부(USTR) 섬유 특별 협상담당이 별도로 만나 협상을 벌였다. 이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별도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b>■적신호


①대통령 레임덕… 국회비준 불투명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한미 FTA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돼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미 FTA에 대한 ‘음모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반대 여론이 우세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극적인 반전(反轉)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협상 파트너인 미국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무역에서 보호주의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②뼛조각 제거 불가… 반대론 세질 듯

미국산 쇠고기 3차 선적분은 미국이 고가(高價)의 X선 장비를 설치해 검사를 한 뒤에 보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동원해도 뼛조각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다는 뜻이다.

한미 FTA 반대 진영은 ‘국민 건강’을 내세워 아무리 작은 뼛조각이라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협상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쇠고기 전면 개방을 주장해 온 맥스 보커스 미국 상원의원은 한미 FTA 비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입세출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

③“당초 의미 퇴색”… 협상 지지 40%대로

한미 FTA에 대한 한국내 지지율이 초기 70% 수준에서 현재 40%대까지 떨어졌다. 협상단 내부에서도 당초 한미 FTA가 가졌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서비스 산업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비스 분과의 협상은 의료나 교육 등 핵심 분야는 모두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고, 금융 서비스 부문도 이미 대부분 개방돼 한미 FTA에 따른 추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스카이=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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