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한번 HP직원은 영원한 HP직원!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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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사람들은 좋은 일과 창의적인 일을 하기를 원한다’는 신념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탁월한 성과는 절로 달성된다.”

휴렛팩커드(HP)의 창업자인 빌 휴렛이 제창한 ‘HP Way(방식)’다.

HP는 휴렛과 대학 동문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차고를 빌려 벤처기업으로 시작했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미국 실리콘밸리 내 매출액 1위를 고수해 온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

HP 신화의 비밀은 ‘HP Way’에 있다. HP Way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풍토를 중시하며 사원과 고객을 소중히 관리하는 이 회사의 기본 지침이다. 이 지침은 전 세계 경영학 교과서에 모범 사례로 소개돼 기업인과 경영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 내가 뽑은 직원은 내가 키운다

HP는 1939년 창립 이후 18년 동안 인사부가 없었다. 매일 수천 통의 입사 지원서를 처리하는 인사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이 HP 인력 채용시스템의 특징. 채용 권한을 실질적으로 쥔 사람은 인사부가 아니라 담당 부서의 매니저들이다. 함께 일할 사람이 가장 적절한 인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각 사업 단위의 매니저는 부하 직원의 채용에 대해 전권을 갖는다. 아울러 한번 선택한 부하 직원을 끝까지 책임진다. 일단 부하 직원을 뽑은 매니저는 자연스럽게 ‘내가 뽑은 직원은 내가 키운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것이 팀워크로 발전했다.

○ 신중한 인재 채용

HP 관리자들은 인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해마다 졸업철이 다가오면 100여 명의 HP 관리자가 각지의 유명 대학을 찾아가 직접 인재를 선발한다. 선발의 모든 과정은 HP에서 일했고, 앞으로도 일할 동료들이 맡는다. 함께 일할 사람이 선발하기 때문에 응모자가 HP 문화에 적합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인종이나 성별은 문제되지 않는다. 인성과 능력만이 중시될 뿐이다. HP의 ‘평등 고용 방침’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포천이 선정한 ‘미국 내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개 기업’에 매년 꼽힐 수 있도록 한 요인 중 하나다.

○ 주요 관리자 선발은 내부 승진으로

새로운 직무나 결원이 생기면 외부 채용 이전에 내부 직원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HP의 독특한 채용 문화다. 결원이 발생한 부서가 인사부에 인력 보충을 의뢰하면 인사부는 웹(Web)을 통해 전 세계의 HP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잡 포스팅·Job Posting)를 실시한다. 공모는 직무에 따라 이뤄지는데 ‘직위 기술서’에 각각의 직무에 따르는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직원들은 원하는 부서에 결원이 생기면 얼마든지 응모할 수 있다. 이들 중에 적격자가 있으면 곧바로 결원을 보충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외부에서 신규로 채용한다. 이러한 절차에서도 HP의 직원 존중 정신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주요 관리자를 내부 승진을 통해 뽑는 것도 특징. 선발된 관리자 후보들은 스탠퍼드대의 평생교육원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데 교육비는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일반 직원도 비디오 강의를 포함한 다양한 사내외 교육 기관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 이 비용도 회사에서 대부분 지원한다. 교육 시간은 모두 근무 시간에 포함된다. 스탠퍼드대에는 매년 200여 기업에서 약 5000명이 등록하는데 그 중 절반이 HP 직원이다. HP 사내에서도 아침이면 거의 모든 회의실이 강의실로 바뀔 정도.

○ 일단 채용하면 사활을 함께

“어려울 때에 대비해 소수를 뽑되 일단 채용한 사람은 파산 직전까지 함께 간다.”

HP의 인재 관리 정책이다. 직원을 뽑을 때는 까다롭지만 일단 HP의 직원이 되면 그가 원하는 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극심한 불황기를 맞은 미국 기업 중에는 정리 해고를 통해 위기를 넘긴 곳이 많다. 하지만 휴렛팩커드만은 전 직원의 동의를 얻어 급여를 10% 삭감하는 데 그쳤다. 불황으로 일감이 준다고 직원을 해고하기보다 업무를 분담하고 그 대신 급여를 적게 받는 ‘직무 분담 제도’는 아직도 유효하다. 이 제도로 인해 불황에도 해고를 자제하고 다시 호황이 됐을 때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경영이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축할 때는 면담을 거쳐 결정한다. 이때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강제로 퇴사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가능하면 다른 나라에 있는 HP로 전환 배치를 주선한다.

HP의 인간존중 철학은 HP를 협력적 노사관계의 대표적 회사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두 차례의 커피 타임과 순회 관리 등을 통해 원활한 노사관계를 만든다.

해직 후에도 직원과의 신뢰가 이어진다. 퇴직자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고객 서비스 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고객 서비스와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퇴직자들이다. 임금이 낮은 부서지만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일해 실적이 가장 좋다.

HP의 이런 장기 고용 정책으로 직원들은 오랫동안 HP에서 일할 수 있다. 회사 역시 새로운 인력을 고용해 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확보된 인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HP의 인재경영 철학인 셈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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