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자격증’? …국세청 9급 공채에 회계사 등 110명 응시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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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종합부동산세 징수를 앞두고 9급 세무직 공무원 661명을 17일 공개 채용한 국세청 간부들은 요즘 혀를 내두르고 있다.

과거 고졸(高卒)직으로 인식하던 9급 공채 시험에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가 110명이나 응시했다. 더구나 과목당 5점(100점 만점)씩의 가산점수를 받은 이들 중 최종 합격자는 33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신규로 채용한 전체 9급 직원 490명 가운데 공인회계사가 5명, 세무사가 17명으로 합치면 22명이나 됐다.

지난해 7급 신입 직원은 전체 90명 가운데 40명이 공인회계사(22명)와 세무사(18명)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4, 5년 전만 해도 공인회계사나 세무사자격증 소지자가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해 들어오면 ‘뭐 하러 월급도 박한 공무원을 하려 하느냐’며 놀렸는데 이들이 심지어 9급 공채에 몰려들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간 변호사 1000명, 공인회계사 1000명, 세무사 700명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대졸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자격증 ‘디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던 사법연수원 수료자 역시 민간 기업에 대리급으로 취업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사법연수원 출신 5명을 공개 채용했는데 150명이나 지원해 경쟁률이 30 대 1에 이르렀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초임 과장급이었다.

그나마 삼성은 나은 편. LG그룹과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변호사를 대리급부터 뽑고 있다.

또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입행원 공채에는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103명이 몰 리고도 최종 합격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이들 간의 경쟁률만 약 26 대 1이나 됐던 셈 . 4명은 모두 일선 지점으로 발령 났다.

육근열 LG화학 부사장(HR부문장)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들에게 소정의 자격증 수당을 지급하는 것 외에는 같은 직급의 일반 사원과 똑같은 선상에 놓고 업무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들이 각 분야에 다양하게 진출하면 사회 전반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대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딴 뒤 막상 갈 곳이 없어 하향 취업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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