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의 교과서 ‘설문조사’ 아직도 믿습니까? No!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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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28·여) 씨는 ‘패션 소비 성향’을 묻는 설문에 ‘동대문시장 등에서 저렴한 의류를 구입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명품 의류를 선호하지만 혹시나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 싶어 ‘모범답안’을 택했다.

설문을 이용한 통계조사가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설문조사의 효용이 의심받는 것은 △소비자 자신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남의 눈을 의식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응답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욕구에 대한 웬만한 사실은 이미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거의 다 밝혀져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시장조사를 원하는 국내외 기업들은 다양한 다른 대안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 다양한 대안 관심… 인류학적 방법론 각광

최근 기업들이 가장 많이 도입하는 것은 인류학적 방법론이다. IBM과 브리티시텔레콤 등 해외 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인류학자를 고용해 소비자의 욕구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 시사점을 끌어내는 ‘참여관찰법’.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신상품을 내놓기 전에 소비자에 대한 관찰부터 시작한다. 온라인 다이어리인 ‘스토리 룸’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는 대학가를 찾아 젊은이들의 수첩을 하나하나 복사해 검토했다.

이 회사 유현오 사장은 “인터넷 서비스는 직접 써 봐야 가치를 알 수 있는 경험재”라며 “사전에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 대신 유행을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

얼마 전부터는 참여관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소비자의 행동에 참여하는 ‘자연주의적 탐구조사(Naturalistic Inquiry)’가 주목을 끌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가치는 관찰만으로 잡아내기가 힘들다”며 “고객 만족의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기 위해 원시 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지멧-입소문 지수 등 측정방법 등장

고객의 심리와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기 위한 다양한 측정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지멧(ZMET·Zal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은 특정 제품과 관련해 조사 대상자가 사전에 준비한 그림을 가지고 진행되는 심층 면접이다. 이 방법은 그림에 나타난 ‘은유’를 통해 고객의 생각과 감정을 추출해 낸다.

듀폰은 설문에서 ‘여성들은 팬티스타킹을 싫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별도로 실시한 지멧 테스트에서는 ‘팬티스타킹이 불편하긴 하지만 섹시하게 보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소비자의 생각이 드러났다. 테스트에 참가한 여성들이 키가 큰 말뚝(늘씬한 다리를 상징)과 비싼 자동차, 실크 드레스 등의 그림을 가져왔던 것.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하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도 각광을 받고 있다. 측정 대상이 되는 것은 특정 상표나 제품에 대한 뇌의 반응 여부다. LG텔레콤은 지난해 광고 중의 ‘랄랄라’ 멜로디를 들으면 근육을 움직이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즉, 고객들이 무의식적으로 CM송을 따라 불러 광고가 성공적이었다는 말이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는 직접적 질문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사가 있는지를 조사한 ‘입소문 지수’로 고객 만족도 측정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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