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소득증가, 소득분배는 최악

  • 입력 2006년 11월 7일 15시 09분


코멘트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은 더딘 소득증가에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고 소득불균형은 더욱 심화하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국가구의 소득분배도 2003년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가 확대되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득증가 '더딘' 속도

지난 3분기 2인 이상 전국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05만7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3분기(2.1%)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1.1% 증가에 불과하다.

소비지출 여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은 2.4% 증가, 작년 2분기(1.0%) 이후 가장 낮았다.

소득종류별로 보면 경상소득은 4.1% 증가했으나 비경상소득은 4.7% 감소했다.

추석명절 이동에 따른 상여금, 비경상소득의 감소로 인해 소득 증가가 둔화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근로소득은 196만7000원으로 5.6% 증가했고, 사업소득은 65만9000원으로 1.7% 증가했다. 반면 이전소득은 23만2000원으로 1.1% 줄었다.

한편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2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전국가구와 마찬가지로 작년 3분기(3.0%)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0.8%로 전분기 증가율(4.0%)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가처분소득 역시 1.8% 증가에 그쳐 작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근로소득이 5.2% 증가한 반면 사업소득은 2.6%, 이전소득은 13.6%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상소득 증가율은 4.0%에 그쳤다. 비경상소득은 11.3% 감소했다.

◇도시근로자 소비지출 증가율 0%대

전국 가구의 3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06만4000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0.7%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8%가 줄어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 항목별로는 추석이 올해는 4분기에 잡혀있는 영향까지 겹쳐 식료품(54만2000원)이 3.0% 줄고 교양오락(-3.3%) 등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부동산 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월세 등 주거비(7만7000원)가 9.9%가 늘었고 보건의료(9.9%), 광열수도(5.6%), 교통통신(5.2%) 등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 가구의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인 각종 비소비 지출은 43만4000원으로 11.9%나 늘었다.

비소비 지출 중 조세(12.0%), 공적연금(8.4%), 사회보험(9.4%) 등 대부분 항목이 소득 증가폭을 훨씬 상회했고 자녀의 주택 구입 보조 등 사적 송금 및 보조는 17.1%나 증가했다.

한편 도시근로자 가구는 지난 3분기 월평균 216만1000원을 소비지출로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으며 실질 소비지출 증감률은 마이너스 2.1%로, 역시 뒷걸음질을 쳤다.

이는 3분기 기준 증가율로 1998년(-1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가구와 마찬가지로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이유는 소득이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데다 비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항목별로는 역시 주거비(8만4000원)가 15.7%나 늘었고 비중이 제일 큰 항목인 교통통신(40만8000원)도 6.1% 증가했다.

◇ 전국가구 소득분배 통계 작성 이후 최악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분배 상황은 다소 개선됐지만 전국 가구의 소득 분배는 3분기 기준으로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전국 가구의 경우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인 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7.79로 지난해 동기보다 0.51포인트 올라갔다.

3분기 기준으로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7.08, 2004년 7.30, 2005년 7.28 등으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5.29로 지난해 3분기 5.34보다 0.05포인트 내려가 분배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가구와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분배 상황이 엇갈리는 것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도시 근로자가구와 달리 전국 가구에는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은 자영업자나 무직가구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양극화 심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일자리 확대로 소득 증가해야 소비 회복"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다 경기 둔화로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소득인데 올해 3분기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대비 오히려 0.2% 감소하는 등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가 위축된다"면서 "특히 미래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거비 등 고정비 외에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라는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조세와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의 비소비지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비소비지출 증가는 결국 소비지출의 둔화를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 둔화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 성장을 지속하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결국 소비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 1분기까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배 연구위원은 "결국 일자리가 생겨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도 확대되는데 올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인구는 많은데 일자리 창출은 30만명 수준에 그치면서 민간소비 위축→기업 매출 감소 →기업투자 위축→일자리 감소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거시수단 뿐 아니라 미시적으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