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투자여건 만족도 조사… 한국 낙제 수준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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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최근 캄보디아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공장 이전에 수십만 달러가 들었지만 노사 문제와 높은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인건비 부담 탓에 ‘메이드 인 코리아’로는 이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해외에는 수십만 달러만 들고 가도 버선발로 맞이하는 나라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A사뿐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한국을 탈출하는 국내 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파괴적인 노조활동으로 인한 노사갈등, 경쟁국에 비해 높은 임금,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반(反)기업 정서, 오락가락하는 정부 규제 등이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외국과 비교한 국내 투자여건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한국의 투자여건을 얼마나 나쁘게 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해외에 투자한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여건은 58.8점(100점 만점)으로 해외 투자여건 70.8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이들 기업 중 52.3%는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로는 ‘노사 문제’(5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공장설립 여건’(22.8%), ‘금융 여건’(10.3%), ‘행정 여건’(6%), ‘조세 여건’(5%) 순이었다.

국내 투자 여건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52.7%가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를 지적했다. ‘정책의 일관성 부족’(21%), ‘과다한 정부 규제’(17.9%),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부족’(4.8%) 등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국내 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공장설립 여건’(38.1%)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체감하고 있는 공장설립 여건의 만족도는 57.3점으로 해외 71점에 비해 크게 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직접투자액은 2001년 24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두 배에 육박하는 43억120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49억7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억2000만 달러보다 49.7%나 급증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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