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세계 증시 따로 노는 한국 증시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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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증시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른 주요 선진국 증시도 활황을 이어 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축제’에 한국만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80개 증시 가운데 올해 들어 주가가 떨어진 곳은 한국을 포함해 단 11개국 증시뿐이다. 그런데 이 11개국 대부분이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몰려 있다. 국제 사회에 영향력 있는 증시는 한국밖에 없다. 그만큼 올해 한국 증시가 부진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세계 증시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탈(脫)동조화’ 혹은 ‘디커플링 현상’이라고 부른다.》

한국 증시에서는 지난해부터 2년째 이 디커플링 현상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 증시만 주가가 올라 ‘긍정적인 디커플링’을 보였지만 올해는 유독 한국 증시만 부진한 ‘부정적인 디커플링’이 이어지고 있다.

○ 한국만 소외되는 원인은?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증시가 소외받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지난해에 워낙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러시아 다음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가 워낙 높은 상태에서 올해를 시작했기 때문에 더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 비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돈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악재였다. 펀드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매월 들어오는 적립식 자금 외에는 특별히 증시로 돈이 몰리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내 기업의 부진한 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분석가들의 개별 기업 실적 전망치를 집계하는 미국의 톰슨IBES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나라는 한국과 터키 단 두 곳뿐이다.

○ 내년에는 격차 좁아진다

세계 증시와 한국 증시 사이에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올해 한국 증시를 짓누른 세 가지 악재가 내년에는 대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주가가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이 세계 증시 가운데 저평가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또 고유가와 원화 강세로 올해 내내 고전했던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내년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톰슨IBES에 따르면 주당 순이익을 기준으로 국내 주요 기업은 내년에 약 17%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대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만 다음으로 좋은 전망치이다.

또 올해 주가 하락으로 펀드 환매가 적지 않았지만 내년쯤이면 이렇게 단기적으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간접투자가 거의 사라져 증시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 증시와 벌어진 격차는 내년부터 점차 좁아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한국 증시는 중장기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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