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놓고 정치권-재계 힘겨루기 본격화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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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대안 마련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23일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에 따라 출총제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을 놓고 각 정부부처와 정치권, 재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무 부처인 공정위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담은 대안을 제시할 것이 확실시된다. 참여연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출자구조가 'A→B→C→A' 식인 '환상(環狀)형 순환출자'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상호출자의 또 다른 변형인 만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출총제로 투자가 위축된다는 대기업 집단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순환출자로 인한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이미 순환출자가 돼있는 대기업은 3~5년의 유예기간 안에 이런 지분구조를 해소토록 하는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비(非) 환상형 순환출자를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은 "더 이상의 기업 규제는 곤란하다"며 공정위 안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사실상 불황'(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수 없다는 것. 여기에는 내년 대선이라는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실현 불가능한 규제를 왜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는 줄곧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날 마지막 TF 회의에 출석해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출자를 가로막는 사전적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배치된다"며 공정위의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출총제 향배의 또 다른 열쇠를 쥐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출총제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존속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

특히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출총제의 무조건 폐지는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출총제 폐지여부는 당초 논의 종결 예상시점인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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