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산이…거실로 들어왔다’ 눈이 시원한 값…헉! 億!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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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김모(38) 씨는 한강이 내다보이는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두 달째 전세물건을 찾고 있다.

김 씨의 아내는 “밤늦게 퇴근해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는데 무슨 조망권 타령이냐”고 타박하지만 김 씨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우연히 동료 의사 집에서 한강의 야경을 봤더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시 우수 조망명소 50곳’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의 산과 강, 하천, 공원 등 주변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흔히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본보는 부동산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 부동산114에 의뢰해 서울시가 선정한 조망 명소들과 걸어서 5∼20분 거리 안에 있는 아파트 10곳을 뽑아 이들 아파트의 평형별 시세를 같은 구(區)의 아파트 평균 시세와 비교해 봤다.

시세정보는 내집마련정보사 시세를 기준으로 했으며 일부 시세는 실제 가격과 다를 수도 있다.

○ 한강 프리미엄 최고 1억5000만 원까지

조사 결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33평형의 매매가는 송파구 동일 평형대(31∼35평형)의 평균 시세보다 1억5768만 원이 높아 서울시가 선정한 조망 명소 인근 아파트들 가운데 주변 아파트와의 시세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단지라도 어느 정도 조망권이 확보되느냐에 따라 아파트시세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인 갤러리아공인의 이정혜 사장은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33평형은 단지 사이로 석촌호수가 보이는 30층을 기준으로 그 아래층과의 시세가 500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석촌호수는 물론 한강까지 내려다보이는 B동 53평형은 층간 시세가 1억5000만 원까지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단지 내 조망이 좋은 곳에 대형 평형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평형이 클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가운데 조망이 가장 좋다는 C동 96평형은 올해 1월 30억 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호가(呼價)가 35억 원에 이른다. 50평형대 가운데 조망이 좋은 B동 59평형은 최근 1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주변 아파트와의 시세 차이가 많이 나는 순위 2∼4위에 오른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 현대아파트는 총 8개동 가운데 중대형 평수로 구성된 2개동에서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층부터 한강이 보이는데 49, 56평형은 층간 시세 차이가 최고 50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 역시 33평형대 이하는 중대형이 몰려 있는 동 뒤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한강 조망이 상대적으로 힘든 편이다.

○ 입지조건 뒷받침돼야 조망권도 제몫

반면 종로구 A아파트나 성북구 B아파트처럼 조망 프리미엄이 아직까지 별다른 호재가 되지 못한 아파트도 있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조망권 프리미엄도 결국은 입지조건이 좋아야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망 명소 부근 총 10개 아파트의 28개 평형 가운데 조망권이 시세보다 높은 곳은 15개로 전체의 53.57%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시세보다 낮게 조사됐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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