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파트너스’ LG카드 대우일렉…대형사 인수전엔 꼭 있다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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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막바지에 이른 LG카드 인수 협상에서 돌연 ‘MBK파트너스’라는 회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 회사가 하나금융지주와 손잡고 LG카드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1조 원의 ‘실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카드 인수전은 막판까지 혼전 양상이 펼쳐졌다.

결국 LG카드는 7조2000억 원을 써낸 신한금융지주로 넘어갔지만 신한지주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금융권이 추정한 LG카드 예상 인수가격은 6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 MBK파트너스가 가세하면서 1조 원이나 더 불러야 했다는 얘기다.

● MBK파트너스의 ‘식탐(食貪)’

MBK파트너스는 LG카드 인수합병(M&A) 외에도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정밀, 삼보컴퓨터 등 굵직한 기업 인수전에 모두 뛰어들고 있다. LG카드와 대우일렉 M&A에서는 차순위 협상자 자격을 얻어냈다.

이 회사는 투자자 자금으로 운용하는 사모(私募)펀드.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으로 정상화시킨 다음 비싸게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펀드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최근 국민은행에 되판 론스타나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에 매각한 칼라일 펀드가 바이아웃 펀드에 해당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7명의 단출한 인력으로 설립됐지만 1년 만에 1조 원의 투자자금이 모였다. ‘칼라일 출신’이라는 후광(後光) 덕분이었다.

MBK파트너스의 창업자 김병주 회장은 미국 칼라일 펀드 아시아 대표로 있으면서 2000년 한미은행 인수와 재매각 작업을 주도했다. 2003년 한미은행을 씨티은행에 팔아 145%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김 회장은 2005년 칼라일아시아 동료들과 함께 그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을 딴 MBK파트너스를 세우고 올해 6월 수입차 리스업체 한미캐피탈, 이달 초 HK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26일 열리는 HK저축은행의 주주총회를 통해 직접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경영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 외에도 중국 상하이(上海)와 일본 도쿄(東京)에 각각 6명의 투자인력과 사무소를 두고 5000억 원씩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한국 대표는 “펀더멘털(기업가치)이 좋은 회사는 업종에 상관없이 눈여겨보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대표 사모펀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 “운용자금 상당 해외자본” 알려져

국내 금융권 일각에서는 MBK의 급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사 운용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과 캐나다의 교직원연금 등 해외 자본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MBK의 투자차익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흘러가는데, 사무실을 서울에 뒀다고 해서 한국 회사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계약상 비밀로 유지해야 하므로 투자자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 유력 기관투자가들도 상당 금액을 우리에게 맡겼다”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돕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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