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시계’ 째깍째깍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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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좋은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대주주가 전산 조작으로 부실을 감춰 왔다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결과였다. 나흘 뒤인 12일에는 충북 청주시 하나로상호저축은행의 최대주주가, 다음 날인 13일에는 HK상호저축은행의 최대주주가 각각 구속됐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을 받고 저축은행 예수금을 횡령한 혐의였다. 최근 저축은행과 관련된 금융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대부분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개인 금고로 여기고 마음대로 돈을 꺼내 쓰거나 불법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저축은행, 왜 사고가 많나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부실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파산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절반 이상 줄었지만 그래도 저축은행은 110개에 이른다.

수가 많다 보니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대해선 분기별로 검사를 하지만 저축은행은 1년 반이나 2년에 한 번씩 검사할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가더라도 기간이 8∼10일이어서 부실을 정확히 잡아내기 어렵다”며 “사전 정보가 없으면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내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데다 외부의 견제도 쉽지 않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태생적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저축은행의 전신은 상호신용금고. 과거 사채업자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2002년 3월 저축은행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 해결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문제가 일차적으로 대주주의 전횡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대주주를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의 최대주주가 사외이사와 감사를 측근 인사로 채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이 검사를 제대로 해야 그나마 저축은행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가 많은 만큼 저축은행 간 M&A를 유도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해결책으로 꼽힌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된 대형 상장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면 부실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박동래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 부국장은 “올해 초부터 우량 저축은행이 부실한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주식 투자 한도를 풀었다”며 “저축은행이 몸집을 키우면 내부 견제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금자들 피해는 없나?

최근 잇단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예금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잘못돼 맡긴 예금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고로 저축은행이 문을 닫더라도 예금자들이 맡긴 돈은 일정 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 원까지는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물론 예금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돈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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