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쏟아지는 분유…이물질 대장균 “아기에게 뭘 먹이나”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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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조제분유 10개 제품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발표에 이어 지난주 남양유업의 산양분유에서 아기에게 치명적인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이 발견돼 주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조제분유 10개 제품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발표에 이어 지난주 남양유업의 산양분유에서 아기에게 치명적인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이 발견돼 주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도대체 어떤 분유를 먹여야 되는 겁니까. 아기들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겁니까. 위생관리는 하긴 하는 건지…. 당장 손해배상소송이라도 내고 싶습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강지원(28·여) 씨)

“모유를 못 먹이는 것도 마음 아픈데…. 도무지 믿을 게 없습니다. 어떤 제품으로 바꿔야 할지 막막합니다.”(육아사이트 ‘해오름’의 한 누리꾼)

분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분유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발표가 난 데 이어 지난주엔 남양유업의 조제분유에서 대장균군에 속하는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뭘 먹이라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7일 남양유업의 ‘알프스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뒤 이 회사에는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할인점 등 유통 매장에서도 사카자키균이 발견된 해당 분유는 물론 남양유업의 다른 제품까지도 환불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성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안티 남양분유’ ‘남양유업 안티’ ‘남양분유 피해사례’ 등의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손해배상 청구 및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주부 진주아(32·서울 관악구 신림동) 씨는 “모유를 못 먹이는 엄마로서는 분유 말고는 먹일 수 있는 식품이 없다”며 “아이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라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이번에 조사한 제품은 시중에 판매되는 전체 47개 조제분유 가운데 34개.

또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가 내려진 제품도 4월 18일 제조된 1단계 제품에 한정돼 있어 불량 제품이 나올 소지는 여전히 있다.

여기다 아직까지도 사카자키균의 발생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분유회사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기보다는 상호 비방과 자사에 유리한 마케팅에만 몰두하는 영업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분유업계, 저출산으로 매출 줄고…엎친 데 덮친 격

저출산으로 분유 판매량이 감소하는 데다 잇단 오염물질 검출로 분유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국내산 및 수입산 분유의 판매량은 2001년 1216만3000kg서 지난해 925만4000kg으로 줄었다.

이호준 신세계 이마트 가공팀 과장은 “지난달부터 이물질 검출 소식이 이어지면서 분유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이마트에서 판매된 남양유업 분유량은 전주 대비 30%가량 줄었다.

남양유업 측은 “산양분유 1단계 제품 6035통을 모두 회수하고 있으며 전 생산 공정에 대한 설비 재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수(全數) 검사를 강화해 철저히 이물질이나 균을 검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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