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세계시장 분석 또 분석 감성 소프트터치 전략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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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삼성전자 상무…세계시장 분석 또 분석 감성 소프트터치 전략▼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선도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해 온 기업이다.

김문수(사진) 글로벌마케팅실 브랜드전략팀 상무는 “브랜드를 무형의 자산으로 인식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일찍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은 이건희 그룹 회장이 브랜드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직후인 1998년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소니, 필립스 등 이미 충분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경쟁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웠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과 ‘일관성’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것인지, 일관된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4년 브랜드 전략을 수정해 ‘2기 브랜드 시대’를 선포했다. 기능을 강조한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이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해외 광고부터 바꿨습니다. 고객을 주인공으로 삼아 위트 있는 에피소드를 보여 줬습니다. 멋진 MP3 플레이어 덕택에 데이트에 성공했다는 식의 생활 속 설정이었죠.”

글로벌 기업들은 고유 브랜드 외에 서브 브랜드, 독립 브랜드, 펜네임(별명) 등을 지닌다. 예를 들어 바이오는 소니의 서브 브랜드, 렉서스는 도요타의 독립 브랜드, 애니콜은 삼성전자의 펜네임이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삼성’이라는 고유 브랜드만 내세운다. 예외적으로 중국에서만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서브 브랜드인 ‘애니콜’을 노출시킬 뿐이다. “요즘 브랜드 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별화입니다. ‘나만의 것’이라는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선사해야 하죠. ‘아, 이 브랜드는 나의 스타일을 보여 줄 수 있는 창의성이 있구나’ 하는 감동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김 상무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각 나라의 문화와 시장 성숙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브랜드 관리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헌 LG전자 상무…순간적으로 소통하라 고객과 감동을 나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근무할 때 TV에서 방영된 ‘조니 워커’ 술 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브랜드는 소비자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교훈을 그 때 깨달았지요.”

LG전자의 한국 마케팅부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한승헌(사진) 상무는 난데없이 조니 워커 광고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 광고는 이랬다. 일본의 대표적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가 중절모와 레인코트 차림으로 빗물이 차오른 거리를 걷는 화면이었다. 당당한 표정의 얼굴이 잠시 클로즈업되더니 짤막한 자막만 마지막에 떠올랐다. ‘계속 걸어 나가십시오(Keep walking).

“뭐랄까, 중년 남자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난 지금까지 괜찮았어. 앞으로도 잘될 거야’라고 내게 말하는 느낌…. 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만 신경 쓰는 다른 주류 광고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바로 내 이야기 같았거든요.”

한 상무는 LG전자의 고급 TV 브랜드인 ‘엑스캔버스’ 광고를 만들면서 이 경험을 녹여 냈다. “TV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싶었어요.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 칩을 들고 수동적으로 TV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TV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요즘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싶었거든요.”

LG전자는 2001년 ‘디지털 LG’ 이후 중단했던 기업 PR광고도 재개했다. 올해 5월 ‘기술이 깊을수록 사랑입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워 선보인 이 광고는 가족 간의 사랑으로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했다.

축구 경기가 보고 싶지만 시험을 앞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엑스캔버스 TV의 타임머신 기술로 생방송 중인 경기를 멈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버지의 독백. “나는 오늘 아들을 위해 생방송을 멈췄습니다.”

한 상무는 “엑스캔버스 TV를 비롯해 초콜릿폰, 엑스노트 노트북, 스팀 트롬 세탁기와 같은 좋은 제품들이 브랜드 파워를 키워 줬다”며 “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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