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운전하는 재미는 사라졌네”… 국산 수소자동차 시승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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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수소자동차(연료전지차) ‘투싼 FCEV’.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수소자동차(연료전지차) ‘투싼 FCEV’.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10일 오후 3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현대자동차 연구소.

현대차에서 만든 수소자동차(연료전지차) ‘투싼 FCEV’에 올랐다. 국내 언론에서 이 수소차 시승은 처음이다.

외형은 시중에 판매 중인 투싼과 똑같았다. 키를 돌리자 계기반에 여러 가지 경고등만 잠시 들어왔다 꺼졌다. 시동이 걸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미약하게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엔진에 넣어 출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수소와 산소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체를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다. 그래서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 소음과 진동 없는 수소차

변속기 레버의 위치를 ‘P’에서 ‘D’로 옮긴 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는 약하게 ‘윙’ 하는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이 나갔다. 골프장의 카트 혹은 유원지에서 어린이들이 타는 전기자동차를 타는 기분이었지만 모터 소음은 훨씬 적었다.

변속기는 기어단수가 없이 모터가 기어(감속기)를 통해 바퀴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가속되는 느낌은 대단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속도가 빨리 오르지는 않았다.

출력은 80kW(107마력)로 1500cc급 휘발유 엔진과 같지만 차체의 무게가 1850kg으로 에쿠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속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1500cc급 소형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초 정도지만 수소차 투싼은 16초로 느린 편이다.

현대차 측은 “곧 개발될 100kW(134마력) 시스템을 적용하면 시속 100km의 가속시간은 소형차 수준인 12초로 줄어들고 최고 속도는 현재 150km에서 10∼20km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체의 무게 때문인지 커브 길을 돌 때 보통의 투싼보다 무겁고 둔했으며 브레이크도 약간 밀렸다. 동승한 현대차 연구원은 “실험용 차여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으로 상용화가 진행되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 형식승인을 받지 않아 번호판을 달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 도로주행은 불가능했다.

○ 박력있는 엔진음 없어 ‘재미’ 떨어져

연구소를 4바퀴 도는 시승을 마치고 나서 받은 수소차에 대한 첫 느낌은 ‘실험용 차인데도 생각보다 상품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운전하는 재미는 그리 없는 차’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장난감차 혹은 전자제품을 조작하는 느낌일 뿐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느끼는 박력이나 감성을 찾기 힘들었다. ‘어른의 장난감’으로도 불리는 자동차로서의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런 문제가 이미 제기돼 가속페달을 밟으면 스피커로 페라리나 포르셰 같은 스포츠카의 박력 있는 엔진음을 일부러 들려 주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에 수소차의 출력이 아무리 올라간다 하더라도 엔진이 들어간 ‘구식’ 자동차에 대한 향수는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로 엄격해지는 환경 기준과 석유 고갈로 고출력 휘발유 엔진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카 브랜드의 존립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차 한대 값 10억원… 만원이면 300km 주행

석유가 거의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30∼50년 뒤에 인류는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닐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수소차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수소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순수한 물(H2O)만 배출한다.

경제성도 높다. 현대차는 “현재 수소를 1L에 3000원 정도에 매입하는데 3.5L면 3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소는 현재 주로 화석연료에서 추출하지만 수십 년 뒤에는 태양열발전 등 무공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을 전망이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무한정한 자원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현재 수소차 제작 가격이 대당 10억 원에 이르고 있고 수소차의 핵심장치인 에너지교환기의 수명도 1000∼2000시간에 불과해 상용화까지는 멀고도 험한 과정이 남아 있다.

수소충전소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국내의 수소충전소는 현대차 연구소 내부 2곳에 불과하며 산업자원부는 올해 말부터 관공서 등에서 수소차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 전국에 8곳 정도의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 홍성안 박사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수소차상용화를 시작할지도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라며 “수소차에 대한 개발이 늦으면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를 잃어버리는 셈이어서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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