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반발로 비정규직법 처리가 1년 9개월째 지연되자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먼저 모범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은 비정규직법 처리 재촉용인 동시에 민간부문에서도 정부대책과 같은 방안을 시행하도록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 시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만만치 않은 데다 공공부문 효율성 제고,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혁신방향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가 정규직 되나=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1666명 가운데 한 곳에서 1년 이상 일한 상시 근무자는 10만7000여 명. 이 가운데 절반 남짓인 5만4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바뀔 대상이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 요건인 ‘고용계약을 반복해 갱신한 기간제 근로자로서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제시한 요건으로 볼 때 업종별로는 환경미화원, 도로보수원, 학교 조리종사원 등이 주로 정규직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기계약근로자’(계약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신분으로 바뀌므로 고용은 안정되지만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이 되지는 않는다.
또 정규직 전환이 바로 임금인상 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해당 기관 내에 동종 정규직이 있고, 그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을 때만 처우를 개선해 준다.
▽정규직 전환 제외자 대책은=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더라도 처우개선, 차별금지 등 비정규직법에 포함된 내용은 내년 1월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우선 청소원, 경비원 등 임금이 낮은 단순노무직의 처우가 개선될 전망이다.
이들 중 다수가 민간부문의 같은 업종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임금 인상에 128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외부 용역을 받아 일하는 외주 근로자의 처우도 개선된다.
정부는 외주 근로자의 용역 단가를 높이고 핵심 업무에 대해서는 외주를 주는 대신 발주기관이 직접 고용토록 지도하기로 했다.
▽걸림돌과 반발 만만치 않아=이번 대책은 국가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 등 처우개선은 한 해 예산으로 끝나지 않고 매년 반복적인 재정 지출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드는 2751억 원 가운데 1500여억 원을 해당 공기업이나 학교에 부담을 지울 예정이어서 해당 기관의 반발도 예상된다.
재계가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정부가 노사 갈등의 새 불씨를 지폈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와 기존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갈등이 생길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시장이 경직된 상태에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는 고용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되레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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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또 포퓰리즘이냐” 민노총 “고용보장 미흡”
재계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상론에 치우친 또 하나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세금을 쏟아 부어 비정규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편의주의적 행정의 전형”이라며 “노동계가 이번 결정을 최저 기준으로 삼고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지만 민간기업 영역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경총은 또 “기업 경영에서 인력 운용의 유연성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과 업종의 특성 등을 고려해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비정규직 대책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한 국내 실정 아래서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국제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앞으로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31만2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적인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대책으로 실천되기를 바란다”며 정부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대책은 비정규직을 일반적인 의미의 정규직이 아닌 예산이 없어지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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