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몽구 회장과 현대車 노조가 보여야 할 땀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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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두 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경영 상태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고령이어서 건강이 걱정되고, 현대차그룹이 나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서라도 재판부의 고심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들어 사법부는 경제 및 뇌물 사범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한다는 원칙을 확립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형사재판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부조리(不條理)를 씻어 내야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 회장에 대한 보석 결정은 사법부가 가려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보석은 피고인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일 뿐, 유무죄 판결이나 선고 형량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이 어떻든 간에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다.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한 상태에서 진행하되 유죄가 확정되면 형의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 선진 사법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법 관행은 마치 구속을 처벌인 양 인식해 구속될 때만 요란하고 형이 확정된 뒤에는 사면 등을 통해 형 집행을 흐지부지하는 폐단이 있었다.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에 비추어 현대차그룹 관련 피고인들의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정 회장을 보석으로 석방한 것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경제계 등이 정 회장 석방을 탄원하고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내린 데는 무엇보다도 경제 회생(回生)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생사를 다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미(全美)자동차노조는 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강경투쟁 노선을 접고 경영자 측이 제시하는 구조조정안을 수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의 사법부 결정을 계기로 노사(勞使) 공히 투명 경영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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