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만 믿다간 ‘역전골’먹는다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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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축구대표팀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라.’

선제골을 넣고 수비에 치중하다 한국에 역전패한 토고축구대표팀의 실패 사례는 냉엄한 기업의 세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업계 선두라고 해서 안주하면 눈 깜짝할 사이 후발업체에 덜미를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발 제품 추격에 속앓이

광동제약의 비타민 음료 ‘비타 500’. 2001년 첫선을 보인 뒤 그해 53억 원에 그친 매출이 지난해 1218억 원으로 급증하는 빠른 성장을 보였다.

최근 광동제약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막강한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칠성의 ‘비타파워’를 비롯해 동화제약의 ‘비타1000’, 해태음료의 ‘메가비타’ 등 비슷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한 때문이다.

이들 ‘미투(me too) 제품’ 매출은 2004년 450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원으로 급상승하며 비타500이 사실상 독점했던 비타민 음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심판’마저 ‘옐로카드’를 내밀어 분위기도 좋지 않다.

3월 한 시민단체가 “비타민 음료에서 벤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게 악재로 작용해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 지금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은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위 기간통신 사업자 KT는 후발 이동통신 업체 LG텔레콤이 내놓은 ‘기분 존’ 서비스로 골치가 아프다.

기분 존은 ‘알리미’라는 접속장치를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시내전화 요금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텃밭인 ‘집 전화’ 시장을 침범당한 KT는 “발신요금만 싸고 수신요금은 그대로인데도 LG텔레콤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LG텔레콤을 통신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지난해 초 특별팀을 만들어 자체 개발한 서비스”라며 “법적인 검토까지 모두 마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공격적인 판매 마케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신규사업 개척 소홀한 것이 패착

‘아이리버’로 유명한 MP3플레이어 업체 레인콤은 요즘 위기 경영에 나섰다. 1999년 세워진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플래시메모리 방식의 목걸이형 MP3플레이어로 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을 13%까지 높이며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5년 미국 애플사가 유사제품을 만들어 싼값으로 시장에 뿌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회사는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 1∼3월의 매출액은 378억 원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은 2000억 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인콤은 그동안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MP3플레이어에 집착하느라 신규 사업 개척에 소홀했던 것이 패착이었다고 자체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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