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정책실장서 비즈니스맨 변신 차영구 팬택 상임고문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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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변인과 정책실장을 지낸 차영구 팬택 고문. 그는 “군대에선 총을 들고 싸우지만 기업으로 옮겨 와선 휴대전화를 들고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팬택
국방부 대변인과 정책실장을 지낸 차영구 팬택 고문. 그는 “군대에선 총을 들고 싸우지만 기업으로 옮겨 와선 휴대전화를 들고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팬택
“국방에서 야전은 바로 ‘전투’입니다. 기업 경영에선 ‘영업’이죠. 총 대신 휴대전화 주고 싸우는 겁니다. 하지만 전략을 세우는 ‘매니지먼트’(경영)는 군대나 기업이나 똑같아요.”

국방부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2년 동안 미국과 협상을 벌였던 차영구(59) 씨. 육군 중장이었던 2004년 4월 전역한 그는 지난해 2월부터 팬택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처음엔 법무팀장을 맡으면서 특허 관련 협상을 했다. 이후 팬택아카데미원장(연수원장)을 거쳐 올해 4월부턴 구매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구매 분야 임직원이 100여 명, 한 해 구매액만 2조∼3조 원에 이른다.

“기업은 ‘살아 있는 생물체’예요. 경영자의 조그마한 생각의 변화가 기업을 죽이고 살리더군요. 마치 초(秒)바늘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는 “기업과 비교하면 정부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시(時)바늘”이라고 했다.

차 고문은 인터뷰 중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으로 가서 기업과 군의 차이를 비교하는 ‘강의’도 했다. 육군사관학교(26기)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객원교수 자격으로 한국국방정책론과 한미동맹론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팬택계열 사옥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에는 ‘1000원이 200억 원이다’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예전엔 1000원을 100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돈이죠. 그런데 구매 분야는 한 해에 2조∼3조 원어치를 사들입니다. 올해 휴대전화를 2000여만 대 팔 계획인데 구매단가를 1000원 씩만 낮춰도 200억 원이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팬택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이나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메이저 업체’에 끼느냐 못 끼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 처지가 비슷한 것 같아요.”

팬택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영업방식에서 지난해부터 자사 브랜드로 바꾸는 변화 경영을 선택했다. “국방으로 따지면 대외의존 국방에서 자주국방으로 전환한 겁니다. 앞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겁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SKY 휴대전화 단말기 부품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1년 동안 마치 ‘인텐시브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기분입니다. 요즘은 군대 책 대신 전략경영이나 협상론, 브랜드 경영 같은 책을 보고 있습니다.”

차 고문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면서 “팬택이 세계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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