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터, HP - 캐논 꺾었다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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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가루부슈카 전자상가 엘도라도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프린터를 고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흑백 레이저 복합기 시장에서 HP를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이상록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 가루부슈카 전자상가 엘도라도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프린터를 고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흑백 레이저 복합기 시장에서 HP를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이상록 기자
러 최대 전자상가 ‘모스크바 가루부슈카’ 르포

《“삼성전자와 HP 프린터가 가장 많이 팔리죠. 품질 좋고 실용적이니까요.” 지난달 29일 러시아 최대 전자상가인 모스크바 가루부슈카. 대형 전자유통 체인점 엘도라도의 현지 점원 데니스 마르코프(21) 씨는 “사람들은 프린터를 살 때 보통 가격부터 따지는데 삼성전자와 HP는 품질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있다”고 말했다.》

○ 흑백 레이저 복합기 세계판매 2위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흑백 레이저 복합기 시장에서 프린터 업계의 ‘골리앗’ 미국 HP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프린터 시장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이었다.

현지 전자유통 매장 화이트윈드의 판매원 블라디미르 이그로(30) 씨는 “손님들이 삼성전자의 초소형 레이저 복합기 ‘SCX-4100’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2001년 삼성전자가 러시아에 진출할 때 프린터 시장은 HP(점유율 70%)와 일본 캐논(20%)이 쥐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3년 러시아 흑백 레이저 프린터 부문에서, 지난해에는 흑백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세계 시장에서도 지난해 2위를 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프린터를 만드는 업체다. 1990년대 중반 자체 개발한 프린터로 해외시장을 두드렸지만 미국 일본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때문에 실패했다. 이후 매년 매출액의 8∼9%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뒤 다시 도전해 오늘의 성과를 이뤄냈다.

○ 프린터시장 매년 10∼30%씩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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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세계 프린터 시장(소모품 포함)이 118조4650억 원, 올해는 124조4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 포토 프린터 시장은 매년 10∼30%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프린터 산업은 단순한 문서 출력을 넘어 활용도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최근엔 문서 보안관리 솔루션 분야만 연간 95조 원의 시장이 새로 생겼다.

지성혁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차장은 “세계 디지털 TV 시장의 연간 규모가 89조 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5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라고 했다.

프린터는 토너나 카트리지 등 소모품 교체 비용도 크다. 소모품이 프린터 값의 절반에 이르고 매출은 2, 3배나 된다.

미국 일본이 주도하던 프린터 시장에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던진 이유다.

○ 핵심은 기술과 디자인

하지만 프린터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프린터는 전자 기계는 물론 화학 통신 반도체 등 다양한 기술의 집약체이기 때문. 프린터 1대에 1000개 이상의 특허가 들어간다.

박래승 삼성전자 영국법인 솔루션팀 부장은 “프린터에는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프린터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기업 고객의 비용 절감을 위한 보안 및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 개발도 경쟁의 초점이다.

‘차세대 슈퍼 바코드’로 불리는 전자태그(RFID·무선 주파수 인식)가 프린터와 합쳐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전자태그를 이용해 누가 어디서 무슨 내용을 출력했는지 한꺼번에 알 수 있기 때문.

송성원(상무) 삼성전자 영국법인 구주총괄 마케팅 팀장은 “결국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몇 개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디자인도 프린터의 숨은 경쟁력이다. 비슷한 성능의 프린터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런던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클라이브 굿윈 수석 디자이너는 “디자인 언어(design language)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실용적으로 편하게 쓸 수 있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디자인의 프린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런던=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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