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3개로 만능 통화” 삼성 실버폰 공동개발 마틴 쿠퍼씨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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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한 장년층을 위한 휴대전화 ‘지터벅’을 8일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그레이트 콜’의 마틴 쿠퍼 대표(왼쪽)와 그의 아내인 앨런 해리스 공동대표. 왼쪽 아래는 지터벅 단말기.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장년층을 위한 휴대전화 ‘지터벅’을 8일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그레이트 콜’의 마틴 쿠퍼 대표(왼쪽)와 그의 아내인 앨런 해리스 공동대표. 왼쪽 아래는 지터벅 단말기. 사진 제공 삼성전자
《1973년 미국 모토로라사(社)의 한 개발 책임자가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마틴 쿠퍼’라는 이름은 영광스럽게 기네스북에 올랐고, 그의 발명품인 휴대전화는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됐다. 이제 76세가 된 그는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회사 ‘그레이트 콜’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쿠퍼 대표는 8일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휴대전화로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장년층을 겨냥해 만든 실버폰인 ‘지터벅’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과 4년 전부터 막역하게 지내는 그는 이 휴대전화 개발에 공동 참여했다.》

본보는 7일 ‘휴대전화의 아버지’ 쿠퍼 대표와 국제전화 인터뷰를 하고 장년층을 위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지터벅은 14개 버튼 단말기와 3개 버튼 단말기 두 종류가 있습니다. 대표 모델인 3개 버튼 단말기는 ‘교환원’, ‘호출’, ‘긴급구조’ 이렇게 단 세 개의 기능만 있군요.

“내 꿈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이동통신의 실현입니다. 휴대전화는 정보기술(IT)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죠.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같은 생각을 내게 전했습니다.”

지터벅이란 명칭은 1930년대 유행한 댄스에서 따왔다. 국내에서는 ‘지르박’으로도 불린다. 장년층의 노스탤지어(향수·鄕愁)를 겨냥한 것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휴대전화에 대해 크게 다루면서 “베이비 부머와 그 부모 세대를 위한 이동통신 시장의 큰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토록 간단한 단말기로 어떻게 통화할 수 있습니까.

“단말기는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연관된 테크놀로지는 복잡합니다. 당신이 고성능 오토매틱 승용차를 갖고 있다고 칩시다. 당신은 운전할 때마다 매뉴얼을 꺼내 읽습니까. 아닐 겁니다. 사람들의 일상을 간편하게 만드는 복잡한 기술, 그것이 좋은 테크놀로지입니다.”

지터벅 이용자들은 ‘교환원’ 버튼을 눌러 이동통신회사 직원에게 자신이 전화하고 싶은 사람과의 통화 연결을 부탁하기만 하면 된다. 자주 사용하는 번호는 ‘호출’ 버튼에 미리 입력해 뒀다가 누를 수 있다. 단말기는 100달러(약 9만5000원), 이용 요금은 월 10달러다. 국내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MP3플레이어, 카메라 등 너무 많은 기능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값이 비싸 소비자의 ‘가격 선택 기회’가 제한됩니다.

“장년층뿐 아니라 어린 세대 중에도 컨버전스(융합) 추세를 반기지 않는 소비자가 상당수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도 통화 기능에만 충실한 휴대전화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겁니다.”

지터벅이 출시되는 5월엔 한국(8일)과 미국(13일)에 모두 어버이날이 있다. 평소 자녀 또는 손자 손녀로부터 디지털 제품을 선물받는지를 물어보았다.

쿠퍼 대표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내가) 어떤 디지털 제품이든 출시되자마자 가장 먼저 구입해 사용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며 “가족들이 찾아와 집 앞 해변에서 수상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게 가장 축복된 선물”이라고 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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