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비운 출발’…현대기아차, 당분간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코멘트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이 현실로 나타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일단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책임과 권한을 갖고 그룹 및 각 계열사를 종합적으로 조율하면서 경영을 맡을 고위 임원이 없는 현실적 고민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정 회장이 그룹의 주요 사안을 다시 직접 챙기는 ‘옥중(獄中) 경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총수대행 선임 실효성 없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구속 수감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주요 계열사 고위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김동진 총괄부회장이 주재했으며 주요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해 정 회장 공백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후 그룹 측은 “별도의 비상 대책기구나 대행 체제 없이 각 계열사 대표 책임 아래 정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전력을 다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결정은 사실상 정 회장 혼자 주요 사안을 최종 결정해 온 그룹의 특성으로 볼 때 총수 대행을 선임하더라도 정 회장이 해 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비상경영위원회처럼 별도의 대책기구를 마련하거나 집단경영체제로 간다고 해도 각 계열사의 현안과 의견을 조율할 만한 ‘실력자’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부회장단 가운데 리더 격인 김동진 부회장도 그룹의 현안보다는 현대차를 주로 챙겨 왔으며 역시 검찰 수사 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회장 대행을 맡기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다른 부회장들도 책임 한계가 분명해 조율 역할을 하기 어렵다. ‘총수 1인’의 비중이 너무 큰 현대차그룹의 그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옥중 경영’ 가능할까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정 사장은 기아차 사장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각 계열사 주요 현안을 보고받아 옥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옥중 경영론’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결수는 하루 한 차례의 면회만 허용되며 면회 시간도 5∼10분에 그친다.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루 30분 정도 외부 인사를 만날 수 있는 특별면회 신청이 불가능하다. 정 사장은 지난달 29일 정 회장을 찾아가 일반 면회를 했다.

정 회장에 대한 기소가 예상되는 5월 중순 이후에는 이론적으로 옥중 경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보가 차단돼 있고 면회 시간이 짧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옥중 경영을 하더라도 부회장단의 회의 결과를 추인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어서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신규 투자 등은 일시 중지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주말인 지난달 29일과 30일에도 대부분의 임원진이 출근해 ‘총수 부재(不在)’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위기를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근로자의 날로 휴무일인 1일에도 주요 부서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은 모두 출근할 예정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