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사전영장]“빈자리 너무 커”…글로벌경영 비상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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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처 기대했는데…”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정 회장 관련 소식을 시청하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의 표정이 매우 착잡해 보인다. 김동주  기자
“선처 기대했는데…”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정 회장 관련 소식을 시청하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의 표정이 매우 착잡해 보인다. 김동주 기자
검찰이 27일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영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기업 신인도 하락이 점쳐지면서 해외 딜러들도 동요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명 경영’을 정착시켜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 너무 큰 ‘빈자리’, 글로벌 경영 차질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신규사업 진출 등 주요 사안을 정 회장이 최종 결정하는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다.

검찰이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한 27일에도 정 회장은 오전 6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로 출근해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총수가 직접 경영을 챙기는 스타일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이번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원화가치 상승 등 경영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어 정 회장의 공백은 더욱 커 보인다.

검찰 수사에 따른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해외에서 판매가 크게 줄었다. 이달 미국시장의 현대차 판매는 검찰 수사 이전과 비교해 약 9% 줄어들었다. 해외사업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할 예정인 기아차 미국 공장 착공식은 당초 27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무기한 연기됐고 현대차 체코 공장의 계약식도 연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09년까지 해외 생산 비중을 현재의 25%가량에서 50% 수준으로 높여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경영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경영 공백 어떻게 메우나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정 회장을 대신할 ‘2인자’가 없다는 점이다. 2003년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이 구속됐을 때 손길승(孫吉丞) 회장이 경영을 총괄했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김동진(金東晉) 총괄부회장 등이 정 회장을 대행하는 체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경영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기획총괄담당인 이전갑(李銓甲) 부회장이나 중국사업담당인 설영흥(薛榮興) 부회장처럼 최고경영진의 ‘책임 한계’가 분명해 정 회장을 제외하고는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가 어렵다.

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 역시 36세의 젊은 나이인 데다 구속은 안 됐지만 본인 역시 검찰 수사 대상이어서 전면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총괄본부장들과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각각의 업무만 처리하고 신규 투자는 미루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영권 승계 차질 빚을 듯

경영권 승계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 회장의 혐의 가운데 경영권 편법 승계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이었던 글로비스 지분도 전액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를 제외하면 정 사장이 가진 현대차그룹 지분은 기아차 지분 1.99%와 비상장사인 엠코와 이노션 지분이 전부다.

현재로서는 세금을 내고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5.2%)이나 현대모비스 지분(7.9%)을 증여받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경영권 승계 방법이지만 50%의 세금을 내고 나면 경영권 장악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아직 정 사장의 나이가 젊은 만큼 경영권 승계작업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대부분 떨어졌다. 삼성증권 김학주(金學柱) 리서치센터장은 “정 회장이 구속되면 현대차그룹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대신증권 김영익(金永翊) 리서치센터장은 “SK글로벌 사태에서 보듯이 오너의 구속이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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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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