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훌륭한 일터 만들기 바람

  • 입력 2006년 4월 23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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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원(31) KTF 신사업전략팀 과장은 얼마 전 동료들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프랑스 식당에서 아주 근사한 식사를 '공짜로' 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맛있는 토크' 신청에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기 때문. 이 회사는 한달에 한 번 직원 대상으로 평소 가 보고 싶었던 맛집과 함께 식사하고 싶은 직원에 대한 사연을 받고 있다.

한 과장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함께 끝낸 부서원들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좋은 추억을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기업들이 훌륭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재미는 찾아볼 수 없이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회사, 구성원 간 대화가 단절된 회사, 당신이라면 다니고 싶은가.

●좋은(Good) 회사에서 훌륭한(Great) 회사로.

미국 로버트 레버링 박사가 1980년대 제시한 '훌륭한 일터(GWP·Great Work Place)'는 조직 구성원이 상사와 경영진을 믿고,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동료 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에 도입된 이 개념은 '평생직장'이 사라진 이직, 기업 간 인수합병 등 기업 환경 변화와 함께 최근 급속히 자리 잡는 추세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2월부터 업무 연관성이 적은 팀끼리 '자매결연'을 추진해 동료애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평소 교류가 거의 없었던 팀들은 이제 전체 임직원들을 위해 아침뷔페를 함께 준비하고, 특정 주제를 정해 이벤트도 연다. 사내(社內) 월드컵 응원전을 열거나, '단팥빵과 함께 하는 추억의 미팅'이란 주제로 직원들끼리의 만남을 주선하는 식이다.

●임직원이 함께 만드는 일터

2001년 한솔엠닷컴을 합병한 KTF는 구성원간 결속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영주 KTF 사장은 지난해부터 매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위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열고 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생일축하 노래를 가장 큰 소리로 선창하는 CEO의 모습에 긴장을 풀고 허심탄회한 생각을 나누게 됐다는 것.

다음달 어버이날 무렵에는 260명의 직원 부모에 제주도 효도관광도 시켜준다. 직원의 인사고과에는 관계없이 부모 연령이 높은 순으로 대상자를 정했다는 설명.

LG전자는 각 팀의 대리, 과장급 등 실무진으로 구성된 '체인지 에이전트(CA)'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A들은 자신의 업무시간 중 10%를 할애해 동료들과 함께 조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111 캠페인'을 통해 △회의자료는 1시간 전까지 공유하기 △회의시간은 1시간 내로 끝내기 △회의결과는 1시간 내 공유하기 등도 추진한다.

대웅제약은 한 달에 한 번 사원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통해 케이크 굽기, 허브 비누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간 2억 원의 추가 예산이 들지만 부서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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