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석유화학업계 ‘검은 4월’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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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경쟁 심화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위기에 빠졌다. 올해 1분기(1∼3월) 수익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은 울산 유화단지.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경쟁 심화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위기에 빠졌다. 올해 1분기(1∼3월) 수익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은 울산 유화단지.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단 한명도 석유화학산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달 북미(北美)석유화학공업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의 탄식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 유화산업 전망은 암울하다. 특히 유화제품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은 지금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일부에선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 삼중고(三重苦)에 빠진 유화업계

유화산업에서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제품가의 70∼80%를 차지한다. 원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도 크게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중동산 두바이유가 19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했고 나프타 가격은 t당 60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나프타 가격은 t당 512달러였으니 몇 달 만에 100달러 가까이 뛴 것이다.

나프타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유화업체들은 원료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하니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도 치명적이다. 국내 유화업체들의 수출비중은 50% 정도.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하는 셈인데 대금을 달러화로 결제 받는다. 뚝뚝 떨어지는 원화 환율에 실적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 내 경쟁 심화도 심각한 문제다. 중국은 세계 유화업계에서 가장 큰 수입시장. 한국수출량의 절반이 중국으로 간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계속 늘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유화업계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자국에서 싼 가격에 공급이 늘어나니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유화제품 자급화(自給化)는 곧 한국이 가져갈 파이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승부 걸어야

18일 발표된 LG화학의 1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이 반 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이 53.5%, 순이익이 43.5%나 줄어든 것. 정보전자소재와 산업재보다 영업이익이 76%나 감소한 유화부문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등도 아직 1분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의 김영진 연구원은 “내년까지 고유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석유화학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비용절감과 함께 신기술과 신공정으로 남들과 다른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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