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적자 펑크’ 어떻게 때워야…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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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부터 온 복음(福音).’ 19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이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만성적 적자 구조에 빠진 자동차보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발언을 가리킨 것이다. 5·31지방선거 같은 정치 현안이 수두룩한데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특정 업계가 가진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드문 일. 도대체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 주5일근무제 등으로 교통사고 증가

자동차보험은 말 그대로 ‘만년 적자’다. 손해보험업계는 모든 업체가 자동차보험을 팔게 된 1983년 이후 지난해까지 2차례를 빼고 매년 많게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까지 누적 적자가 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보험업계는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로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에서 교통사고로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

예를 들어 손해율이 80%라면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원을 내줬다는 뜻이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회사의 수익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손해보험협회 안병재 상무는 “손해보험업계가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손해율은 72%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은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쓰는데 이 비용이 전체 보험료 수입의 25∼30%다. 따라서 손해율이 80%쯤 되면 밑지고 팔아야 한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손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별한 자연재해가 없는 가운데 손해율이 높아진 것은 교통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주말 교통량이 크게 늘었고 인권보호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수천 대의 모형 단속카메라를 철거해 사고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사기가 크게 는 것도 손해율 악화의 원인이다. 보험사기로 쓸데없는 보험금 지출이 증가해 보험사나 고객 모두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 급성장 e보험도 경쟁자 부상

손해보험업계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만 소비자단체의 시각은 좀 다르다.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손해보험업계가 대책 없이 출혈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2001년 8월 완전 자유화됐지만 개별 손해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 단 몇 %만 올려도 고객이 다른 회사로 가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마다 서비스 차별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주는 정비수가가 인상되면서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4%가량 올랐을 때도 일부 보험사는 이에 맞춰 재빨리 몇몇 특약 상품의 가격을 내렸다.

매년 적자가 나더라도 남들이 다하는 서비스를 없앨 수는 없다. 원래 자동차 제조업체가 해야 하는 긴급출동서비스를 지금은 보험회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전체 시장의 10%까지 성장했고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어떤 대책이 있을까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각 손해보험사와 함께 작업반을 만들어 ‘자동차보험 종합대책’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손해보험업계는 가장 먼저 교통사고와 보험 범죄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경찰이 단속을 강력하게 하고 교통표지와 신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보험 범죄를 없애려면 문제가 있는 병원이나 정비업소에 대한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료를 전체적으로 올릴 수 없다면 문제가 있는 고객에 대해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료 차등화 방안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영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할인할증제도 개선, 지역별 차등화, 모델별 차등화의 3대 축으로 요약되는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자동차보험 손익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손해율이 2%포인트 낮아지면 손해보험업계의 세전(稅前)이익이 23%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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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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