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 → 성장 촉진 실제효과 불분명”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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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高英先) 선임연구위원은 2일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소득분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불분명하다”며 “향후 사회보장 제도가 저축 근로 투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의 분배정책은 저소득층보다는 중상위계층에 혜택을 주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분배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 불분명

청와대는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 연구위원은 “1990년 이후 많은 분석에서 ‘소득격차가 작을수록 성장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통계분석 방법의 적정성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1960∼90년 경제성장률과 분배 척도인 지니계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지만 성장에는 분배 외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

오히려 2000년의 실증분석에서는 ‘소득격차가 클수록 성장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고 위원은 “분배의 형평성이 경제성장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학자 달러와 크레이가 80여 개 국가에 대해 약 40년에 걸쳐 분석한 자료를 소개했다. 결론은 경제성장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 거의 비슷한 소득 개선효과를 준다는 것.

고 위원은 “이런 결과는 분배 악화가 경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며 “성장과 분배는 어디에 우선을 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될 수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 한국이 작은 정부라고?

2004년 현재 한국의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로 프랑스(54%) 독일(47%) 영국(44%) 미국 및 일본(36%)보다 적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은 아직 작은 정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 위원에 따르면 사회급여와 이자지출을 제외한 재정지출 비율은 한국이 24%로 미국(21%) 일본(22%)보다 높고 독일(25%) 영국(28%) 프랑스(32%)와의 차이도 크게 줄어든다.

고 위원은 한국이 현재 1인당 소득 1만5000달러 내외, 재정지출규모 30% 내외, 복지지출규모 10% 내외로 선진국의 1960년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즉 소득이나 사회복지 수준에서 30년 이상 앞서있는 선진국의 재정지출 규모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특정 수준을 미리 정해놓고 복지 지출을 늘려나가면 효과와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며 선진국의 나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종합경제정책지침을 통해 회원국들이 성장촉진형 재정지출의 비중을 높이라고 권고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 사회복지 지출 엄격하게 할 때

한국은 향후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재정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무조건적인 복지지출 확대보다는 복지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재 정부의 보육 교육 주택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과 관련해 분배정책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재 이 정책들은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중상위계층에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향후 전체 노인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을 경고하면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65세 이상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경로연금을 확대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육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식을 국공립 법인시설에 대한 지원에서 수요자 개인에 대한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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