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료 받는 이혼녀에 소득세?…재경부, 과세 검토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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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혼한 정모(34) 씨는 요즘 생계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월급 200여만 원 가운데 매달 80만 원의 부양료를 전처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에서라면 정 씨는 연간 부양료 960만 원을 소득공제 받아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대신 부양료를 받은 전처가 이에 대한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이혼을 둘러싼 이러한 세금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혼과 세수(稅收)의 함수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혼이 급증하면서 이혼부부가 주고받는 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도 이혼 후 부양료에 세금 부과 검토

재정경제부는 세제 개편방안을 연구하면서 이혼 후 부양료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부양료를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받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매기고 부양료를 주는 사람에게는 해당 금액을 소득공제 해주는 방안이다. 지금은 이혼 위자료와 부양료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세제 개편 방안은 5월 말 지방선거 후 공청회에 부쳐져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부양료는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통상 1인당 매달 평균 50만∼100만 원씩, 연간 600만∼1200만 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혼 부양료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변호사들은 이혼한 쌍의 절반 정도는 부양료를 주고받는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연간 부양료 규모는 4200억∼8400억 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이지은 변호사는 “이혼한 사람들은 생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부양료에 세금까지 매긴다는 것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부양료 지급도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소송을 통해 어렵사리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이혼 위자료와 부양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 아이디어 차원에서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혼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는 부양료로 연간 6000만∼1억2000만 원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며 “저소득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갖춰 언젠가는 시행이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이혼이 경제정책에 영향을 주는 시대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이혼을 고려하는 일이 늘고 있다.

아주대 이홍재(경제학) 교수는 ‘이혼율 추이의 거시경제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30, 40대의 이혼율이 높아지면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타격을 받게 된다고 추정했다.

이혼으로 미숙련저임금 여성노동자가 늘면 복지 관련 재정부담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혼 가정은 상대적으로 교육 투자에 미흡해 미래의 노동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는 최근 “이혼이 늘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구 분리로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혼 증가가 주택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이혼 등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는 패밀리 이코노믹스(family economics)와 사회병리경제학 분야 연구가 활발하다”며 “한국은 아직 관련 데이터 축적이 부족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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