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그룹 부장급이상 2만명중 여성 186명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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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국내 20개 주요 그룹의 부장급 이상 관리자 2만1036명 중 여성은 186명(0.9%)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늘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여직원 비중은 높아졌지만 관리자급에서는 여성이 ‘가물에 콩 나기’였다. 1980년대까지는 대기업의 전체 여성 인력 비중이 10% 미만이었을 것으로 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문화적 장벽 때문에 여성이 기업에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기업들은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해 대졸 공채에 여성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전체 인력 중 여성의 비중이 20% 수준으로 늘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여직원이 1999년 9900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3만1000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추세를 잘 보여 준다.》

○ 4대 그룹의 여성 인력 현황

국내 최대 규모(14만9000명)의 인력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여직원은 4만700명(27.3%). 평사원은 7만7920명 중 여성이 3만5876명으로 46.0%나 됐다.

하지만 대리급부터는 여성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3만100명의 대리급 중 여성은 3200명(10.6%)이었으며 과장급은 2만4700명 중 1440명(5.8%), 차장급은 1만700명 중 150명(1.4%)뿐이다.

관리자급인 부장은 4030명 중 20명(1.4%), 임원은 1550명 중 14명(0.9%)에 불과하다. 삼성그룹 전체에 여성 부장이 20명, 임원이 14명뿐이라는 것은 다소 놀라운 통계였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9만1893명의 직원 중 여성이 3842명(4.2%)뿐이다. 업종 특성상 생산직 남성이 많아 여성 비중이 낮지만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평사원은 6만1086명 중 3492명(5.7%), 대리급은 1만3978명 중 220명(1.6%), 과장급은 1만372명 중 116명(1.1%)이었다.

차장급 이상의 여성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전체 차장 4658명 중 여성은 13명(0.3%)이었으며 부장은 1338명 중 1명뿐이었다. 461명의 임원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LG그룹은 전체 여성 인력 비중이 22.5%(8만600명 중 1만8100명)였지만 다른 그룹에 비해 대리급 이상 여성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평사원은 31.2%(4만9413명 중 1만5427명), 대리급은 13.4%(1만3987명 중 1873명), 과장급은 6.6%(1만 명 중 655명), 차장급은 2.8%(3600명 중 99명), 부장급은 1.2%(3000명 중 35명), 임원급은 1.8%(600명 중 11명)였다. 여성 임원의 비중은 20개 그룹 중 LG가 가장 높았다.

SK그룹도 다른 그룹에 비해 여성 인력 비중이 낮았다.

전체 2만1718명 중 여직원은 3089명(14.2%)이었다. 직급별 여성 비중은 평사원 31.9%(6815명 중 2177명), 대리급 10.2%(5836명 중 597명), 과장급 5.5%(5035명 중 278명), 차장·부장급 1.0%(3667명 중 35명), 임원급 0.5%(365명 중 2명)였다.

차장급과 부장급은 경계가 모호해 분리하지 않았다고 SK그룹은 밝혔다.

○ 유통 인터넷 업종 여성 비중 높은 편

CJ와 오리온그룹의 여성 인력 비중은 30.5%였다. 20개 주요 그룹 중에는 이들 그룹만 여성 비중이 30%를 넘었다.

오리온은 여성 부장급 비중이 26.7%나 됐는데 이는 외식사업부에 여성 팀장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에 여직원이 많아 여성 비중이 29.7%로 높았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서는 인터넷 기업에 여성이 많았다.

다음이 38.5%로 여성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NHN이 34.9%로 뒤를 이었다. 한글과컴퓨터(27.8%), 엔씨소프트(27.1%), 네오위즈(27.0%), 한빛소프트(26.7%), 웹젠(24.8%) 등도 여직원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관리자급에는 여성이 5% 안팎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연구소. 이 회사는 여성 비중이 21.6%였지만 평사원 34.3%, 대리급 17.6%, 과장급 14.9%, 차장급 6.7%, 부장급 25%, 임원 14.3% 등으로 전 직급에 여성이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 철강, 건설 업종은 여성 비중 낮아

20개 그룹 중 여성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포스코로 1.8%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여성 중 현재 최고 직급은 과장이고 차장급 이상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포스코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는 99% 이상이 남성인 데다 여성 공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도 여직원 비중이 5.6%로 낮았으며 LS전선 등이 포함된 LS그룹도 5.1%에 그쳤다.

의류사업 비중이 큰 코오롱그룹과 제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솔그룹도 각각 3.4%와 4.9%에 머물렀다.

건설이 주력인 대림그룹도 여직원의 비중이 3.0%에 머물렀다.

IT 기업 가운데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포스데이타(11.8%), 노틸러스효성(10.9%), 한진정보통신(10.9%), 농심데이타시스템(9.8%) 등의 여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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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여성관리자 왜 적은가

남성중심 조직문화… 가사-자녀교육도 부담

요즘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마다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진다.

대졸 여성 지원자가 남성에 비해 우수한 경우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을 남성보다 많이 뽑기는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가사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연차가 높아지면서 퇴사하는 여성이 많고, 한국적 조직문화 속에서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도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 여성의 승진을 막는 벽

주요 기업에서 여성 공채가 시작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따라서 임원이나 부장급 등 관리자로 갈 수 있는 ‘인재 풀’ 자체가 적다.

관료적인 대기업 조직 분위기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회사를 떠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속에서 회사 생활에서 덜 헌신적으로 보이는 측면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헤드헌팅 업체 위드브레인 진철수(晋哲秀) 대표는 “대기업은 단순한 업무능력 이외에 대인관계나 처세 등 포괄적인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능력이 비슷할 경우 대외 활동이 활발한 남성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업종인 피플케어 배관일(裵寬一) 상무도 “특히 야근이 많고 출장이 잦은 업무일 경우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에 여성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 배울 수 있는 관리자급 여성 선배가 많지 않아 스스로 리더로 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직원의 가사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는 배려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다 2년 전 외국계 기업으로 옮긴 P(38·여) 과장은 “국내 기업과는 달리 외국계 기업에는 여직원 모임, 멘터 제도, 리더십 교육 등 다양한 여성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 휴가도 눈치 보며 가야 하는 국내 대기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 여성의 감성 리더십 새롭게 조명

최근 기존 개념과 다른 혁신적 리더십이 관심을 모으면서 여성의 리더십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여성의 리더십 교육기관인 이화리더십개발원 최은경(崔恩慶) 팀장은 “주변과 부드럽게 공감하고 몸을 낮춰 봉사하는 여성의 리더십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며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국내 대기업도 2001년부터 중간 관리자급 여성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홍경선(洪敬善) 홍보팀 과장은 “여성에게 잠재된 리더로서의 자질을 일깨워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혁신하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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