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사주 신탁도 5%룰 검토”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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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한 유원기 회장 소유 기업 영남제분이 자사주 195만 주(9.37%)를 몰래 매각한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자사주 신탁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선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 대주주의 돈벌이 창구로 이용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사주도 일반 주식처럼 특정인이 5% 이상 보유하면 거래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자사주 신탁에 5% 룰 적용”

금감원 전홍렬 부원장은 14일 “영남제분은 자사주 신탁계약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공시를 피해 나갔다”며 “관계기관과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공시감독국 정은윤 부국장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사주에 대해서도 ‘5% 룰’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신탁제도는 상장기업이 주가 부양을 위해 금융회사에 맡겨 자기 주식을 사고파는 제도. 매매는 회사가 직접 할 수도 있고 은행이나 증권사에 맡길 수도 있다.

문제는 신탁계약을 활용하면 회사가 직접 거래할 때보다 공시 의무가 적다는 점. 회사가 직접 나서면 거래 전에 반드시 ‘자기주식 취득 또는 처분’ 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탁계약을 하면 계약이 끝났을 때 처분 명세를 함께 공시하거나 분기 보고서를 낼 때 공시하게 돼 있다.

신탁계약을 통하더라도 장내에서 거래하면 사전에 증권선물거래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장외에서 거래할 때는 이런 의무가 없다.

영남제분은 장외거래 공시가 이처럼 허술한 점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25일 자사주 195만 주를 투자자 몰래 한꺼번에 처분해 67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 자사주를 산 기관투자가 7곳은 한 달 안에 모두 되팔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 “더 강력한 공시제도 도입해야”

금감원은 자사주 신탁계약의 공시제도를 직접 매매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자사주 매매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접매매 수준으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사는 쪽 지분이 5% 이상일 때뿐만 아니라 파는 쪽에도 5% 룰에 따른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랜드마크자산운용 최홍 사장은 “자사주를 사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도 파는 기업은 하나이므로 5% 이상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파는 쪽에도 5% 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5%룰이란:

투자자가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하는 규정.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을 투명하게 하려고 만든 제도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에 대해서는 5% 룰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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