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DBS 행장 “외환銀 인수해 아시아은행연합 구성”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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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을 인수해 아시아의 은행 연합체를 만들 계획입니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2파전이 될 줄 알았던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잭슨 타이(사진) 행장은 1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별 생각 없이, 또는 다른 속셈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게 아니라는 것.

DBS는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하나금융지주와 손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DBS는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중국 인도 등 세계 14개국에 영업점을 두고 있는 싱가포르의 최대 은행. 한국에서도 1981년 서울에 지점을 내고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02억 싱가포르달러(약 109조 원). 하나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 피치 기준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인 ‘AA-’다.

이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보다 2, 3단계 높은 등급. 신용등급이 높으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 영업망을 두고 있고 소매 및 기업금융 모두 경쟁력을 갖춘 DBS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외환은행의 장점인 기업금융과 해외 영업망을 가져가도 시너지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타이 행장은 “무역 관련 금융서비스 등 외환은행이 갖춘 장점을 살려 강력한 영업망을 갖춘 아시아 은행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구조조정 없이 외환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해 DBS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BS가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지도 관심사다. 은행법상 비(非)금융회사는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 그러나 DBS 대주주는 지분 28%를 보유한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이다.

타이 행장은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DBS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고 DBS는 테마섹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인수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DBS와 결별한 것은 국내 은행 인수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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