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개선, 답이 안보여…”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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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만들려니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고 SK 같은 사외이사제 확대만으론 시장이 신뢰할 것 같지 않고….”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 발표 이후 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개선과 투명경영 확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모두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한 비상경영위는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모범 답안’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현실적인 해법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

두산그룹 관계자는 25일 “비상경영위에서 LG그룹과 SK그룹 및 외국기업 모델 등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LG그룹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부채비율조건(지주회사 100% 이하) 등 단기간에 풀어야 할 재무적인 과제가 많아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 때문에 비상경영위 활동이 예상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용성(朴容晟)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그룹회장 자리를 언제까지 비워둬야 할지도 고민이다. 그룹 측은 “일단 비상경영위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활동하는 만큼 회장이 따로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장 없는 그룹은 사공 없이 표류하는 배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이다.

재계 일각에선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그러나 두산 측은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경우 비상경영위와의 관계가 ‘한 몸통 두 머리’가 될 수 있어 생각할 수 없는 카드”라고 일축한다.

한편 박 전 회장은 북한산과 지리산 등반 등 그동안의 개인 활동에서 벗어나 국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달 말 각각 중국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유도대회와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의 참석을 위해 26일 출국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선 물러났지만 국제기구의 직함은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뒤 12월 중순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부대행사에 ICC 회장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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