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대박드림’서 깨어나라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코멘트

《“펀드는 나눠 투자해야 합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 인도 상품도 고려해 보시죠.”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나 은행의 영업 창구마다 해외 펀드 가입을 권하고 있다. 인도, 남미, 동유럽 등 해외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분기(7∼9월)까지 6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10월 들어 해외 펀드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고수익률의 원동력이 됐던 미국계 투자자의 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신흥시장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부침(浮沈)을 보이는 시장은 ‘한쪽이 어려울 때 다른 한쪽에서 숨통을 트는’ 분산 투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막연한 소문 말고는 투자에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현지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해외 펀드 투자의 걸림돌로 꼽힌다.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제약 조건도 많다.》

○ 환율 움직임에 신경 쓰라

해외 투자에서는 수익률 못지않게 환율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자한 돈이 투자지역의 화폐로 바뀌어 운용되기 때문. 수익률이 아무리 높게 나와도 환매할 때 환율이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해외 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1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된다. 1년 뒤 수익이 10%이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다면 환매 금액은 1320만 원(1만1000×1200)이다. 그러나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졌다면 990만 원(1만1000×900)을 받게 된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가 선물환계약. 환매할 때 환율이 어떻게 되든 가입할 때 정한 환율을 적용받기로 펀드 판매회사와 투자자가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물환계약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원금으로 제한된다. 수익에 대해서는 환매시점 환율이 적용된다.

환매시기를 정해 놓고 투자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 기간 중에 수익이 떨어져 중도환매를 하면 선물환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된다. 아예 선물환계약 옵션이 없거나 잘 권하지 않는 판매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세금과 환매 기간도 고려하라

국내 펀드에 가입해 배당금이 아닌 주식 매매 차익을 얻으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 펀드는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수익에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위의 사례처럼 1000만 원을 투자해 32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약 50만 원을 세금으로 떼이는 것.

환매에 소요되는 기간도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보다 길다. 국내 펀드의 환매는 보통 신청 후 3일 내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해외 펀드는 환매 신청 후 8∼10일을 기다려야 한다. 투자자는 환매 신청 후에도 환율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연구원은 “고위험 고수익의 주식 성장형 펀드를 찾는다면 굳이 해외 신흥시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분산 투자를 위해서라면 에너지나 부동산 등 특정 분야 또는 광범위한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