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 아주 비싸거나 혹은 아주 싸거나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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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低價) VS 고가(高價).’ 2003년 이후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져 있는 의류업계에서 저가와 고가의 상반된 가격 전략으로 ‘불황 속 성장’을 구가하는 업체들이 있다. 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 13조 원에 육박하던 의류시장 규모는 2003년 11조615억 원, 2004년 11조16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류업체가 고전하는 가운데 일부 중견 의류업체는 ‘빅 모델이 광고하지만 가격은 싼’ 브랜드 제품으로 실속파의 지갑을 열었다. 노 세일(No Sale)을 표방한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회사들도 있다. 저가와 고가 제품으로 양분된 소비시장을 정확히 파악해 성장을 일궈낸 셈이다.》

○ 톱모델 광고-싼가격… 매출액 껑충

2001년 30, 40대 여성 캐주얼 시장에 뛰어든 중견 의류업체 형지어패럴의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1200억 원어치나 팔렸다.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106%. 매장도 지난달 300호점을 넘어섰다.

형지어패럴은 톱 탤런트 송윤아를 전속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티셔츠 1만 원대, 정장바지 3만∼5만 원대로 싼 데다 30∼50% 할인 행사를 자주 열었다.

불경기에 백화점 쇼핑을 꺼리던 알뜰 주부들이 자연스럽게 크로커다일 매장을 찾았다.

중견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의 캐주얼 ‘마인드브릿지’도 중저가 정책으로 성공한 사례.

2003년 8월 선보인 마인드브릿지는 지난해 38개 매장에서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장이 60여 개로 늘어나고 매출도 2배 이상인 400억 원대를 바라본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원은 “가격은 싸게 책정하면서도 유명 탤런트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실속과 브랜드’를 모두 챙기는 고객층 공략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 ‘노 세일’고수… 명품브랜드로 우뚝

위기를 브랜드 업그레이드의 기회로 바꾼 중견 의류업체들도 있다.

의류업체 한섬의 여성의류 ‘타임’ ‘마인’은 가을 재킷이 40만∼60만 원대로 국내 의류 브랜드치고는 비싼 편이다.

그러나 이 브랜드들은 경쟁사들이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해 계절마다 할인행사를 벌이는 가운데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해 명품급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

할인행사를 적게 하다보니 정상가격 판매 비중이 다른 업체보다 높아 영업이익률은 평균 20%대를 유지했다. 매출도 2003년 2231억 원, 2004년 2600억 원에 이른다.

의류업체 오브제는 2001년 미국 뉴욕에 ‘와이앤케이(Y&Kei)’, 2004년 ‘하니와이’ 등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여 고품격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와이앤케이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올 3월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매장을 설치하고 해외 명품 브랜드와 당당히 겨루고 있다.

매출도 2003년 487억 원에서 2004년 779억 원으로 60%가량 늘었다.

대신증권 정연우 애널리스트는 “한섬은 불황에도 노 세일 원칙을 지키고, 재고를 모아 소각하는 등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했다”며 “이런 브랜드는 내수가 살아나면 더 큰 폭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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