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태평양등 ‘브랜드 관리’로 경쟁력 강화 나서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코멘트
47년 역사 삼양설탕 ‘큐원’으로 다시 태어나다

‘삼양설탕’은 삼양사의 간판 상품이면서 한국 설탕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요즘 대형 할인점에 가도 삼양설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제품의 브랜드가 ‘큐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제당사업을 해 온 삼양사가 47년간 유지했던 삼양설탕 브랜드를 큐원으로 바꾼 데에는 브랜드경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삼양사 관계자는 “창립 80년이 넘으면서 기업 및 제품 브랜드가 보수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래 지향적이고 고객 지향적인 브랜드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3년 식품 패밀리 브랜드로 ‘품질 최고’를 지향한다는 의미의 ‘큐원’(Quality No. 1)을 채택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9개의 원형 점과 4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포했다. 브랜드 경쟁력이 기업의 가치를 창조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브랜드 관리 전담팀을 만들고, 사명에서 개별 제품의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통합 관리에 힘쓰고 있다.》

○ 브랜드가 기업경쟁력의 핵심

화장품 제조회사인 태평양은 ‘브랜드 컴퍼니’를 지향한다.

브랜드 컴퍼니는 기업브랜드인 태평양 밑에서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미쟝센, 설화수 등 개별 제품브랜드가 하나의 작은 기업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각각의 제품브랜드에는 브랜드 개발부터 관리까지 책임지는 브랜드 매니저가 있다.

유가공업체인 남양유업에는 제품브랜드를 만들 때 원칙이 하나 있다.

제품 이름만 들어도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재밌으면서도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서 나온 브랜드가 ‘아인슈타인 우유’, 혈압 발효유 ‘120-80’, ‘맛있는 우유 GT’, 기능성 발효유 ‘불가리스’, ‘아기사랑 秀’ 등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브랜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영업, 마케팅, 연구소, 광고 관련 부서의 직원들이 수개월을 매달린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들은 소비자 반응조사, 구매유발지수 조사 등을 거쳐 3, 4개로 압축된 뒤 가장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 하나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CJ는 브랜드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옛 그룹명인 제일제당 탓에 설탕 제조회사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2002년 CJ로 바꾼 뒤에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는 생활문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 슬로건도 2003년 ‘즐기세요 생활문화기업 CJ’, 2004년 ‘즐거움에는 힘이 있다’, 2005년 ‘세상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등으로 바꾸면서 CJ라는 말을 들으면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도록 브랜드 전략을 짰다. 내년에는 ‘CJ가 추구하는 즐거움’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슬로건으로 바꿀 계획이다.

○ 브랜드경영의 선두 주자들

SK텔레콤은 최근 ‘멜론’과 ‘GXG’ 브랜드를 내놓았다. 멜론은 유선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네이트(NATE)와 준(June) 등 무선 사이트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음악서비스. 멜론(MelOn) 브랜드는 ‘음악(Melody)에 접속(On)할 수 있다’는 의미를 살려 지었다. 3차원 게임 포털서비스인 GXG는 ‘게임 By 게임’ ‘게임 곱하기 게임’ ‘게임 제곱’ ‘게임을 2배로 즐긴다’는 뜻으로 신나고 재밌는 게임을 강조했다.

LG전자는 브랜드 알리기를 넘어 ‘프리미엄 LG’를 알리는 데 주력하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150여 개국 5000여 개의 옥외 광고물 디자인을 교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분야 중심으로 LG브랜드의 ‘고급’, ‘첨단’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 LG그룹 정상국 부사장은 “옥외광고 디자인 개편을 통해 첨단 글로벌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LG브랜드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브랜드조사회사인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지의 세계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세계 20위에 오른 삼성전자도 최근 ‘이매진(Imagine)’을 테마로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매진을 키워드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립하고 ‘아이콘 브랜드’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콘 브랜드는 ‘운동화=나이키’, ‘자동차=벤츠’처럼 ‘전자제품은 삼성전자’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대표 브랜드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경영에 힘을 쏟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수출 상품 가운데 고유 브랜드 상품은 약 40%인 데 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라이선싱 등 ‘노 브랜드(No Brand)’ 상품이 60%에 이를 정도로 고유 브랜드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생산성본부 조병탁 브랜드경영센터장은 “해외에서 우리 기업이 브랜드 현지화를 위해 쏟는 노력은 10점 만점에 평균 6.11점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며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요 기업들의 브랜드경영 전략
기업브랜드 전략
삼성
전자
1999년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수립. 올해 5월까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 6월부터 ‘이매진(Imagine)’이라는 테마로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시작.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립한다는 계획.
SK
텔레콤
최근 음악서비스 브랜드 ‘멜론’과 게임서비스 브랜드 ‘GXG’ 발표. 유선은 물론 무선인터넷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통해 젊은 층 고객을 유치한다는 계획.
현대·
기아
자동차
글로벌 톱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올해 초 발표. 현대차는 ‘세련되고 당당한(Refined & Confident)’, 기아차는 ‘즐겁고 활력을 주는(Exciting & Enabling)’ 브랜드 방향을 각각 설정.
LG
전자
2004년 1월 전체 해외 법인에 신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제공. 브랜드 슬로건으로 ‘Life’s Good’을 채택. 고급과 첨단의 이미지를 부각해 LG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
CJ2002년 제일제당에서 CJ로 그룹명을 변경.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는 생활문화기업’이라는 핵심 비전을 세움. 내년에는 CJ식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 수립.
삼양사작년 10월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기업이미지(CI) 선포. 앞서 식품 패밀리 브랜드인 ‘큐원’을 선보임. 큐원은 품질 최고(Quality No. 1)를 지향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남양
유업
‘엔조이 더 퀄리티(품질을 즐겨라)’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정함. 식품회사답게 제품명만 들어도 제품의 특성을 알 수 있으며 재밌고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개별 브랜드 전략을 실천.
태평양브랜드 컴퍼니(Brand Company) 지향. 한 회사에서 각각의 브랜드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개별 기업 역할을 해내는 것.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