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作戰’ 안통한다…정보 공개-감독 강화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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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작전세력들이 활개를 치지 못해요. 세상이 달라졌거든요.” 금융시장 감독자나 매매를 직접 하는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말이다. 간간이 기업의 대주주와 짜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시세차익을 남긴 작전세력이 적발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감독 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됐는데도 적발되는 건수는 예년에 비해 적다. 그 많던 작전세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이상매매 꼼짝 마라”

‘딩동.’ 14일 적막한 사무실에 신호음이 울리면서 갑자기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이곳은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15층 시장감시본부.

코스닥시장 감시를 맡은 정수연 대리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A종목의 매수주문이 갑작스레 늘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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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리는 2대의 모니터로 매수자의 인터넷주소(IP), 계좌정보 등을 신중하게 들여다본다. 계좌 개설자들이 친척이거나 같은 학교 출신인지, 대량 매매를 한 기관투자가 소속 펀드매니저인지 등을 살핀다.

정 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오르면서 작전이 아니라도 주가가 뛰는 종목이 많다고 한다.

신호음은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8개 검색정보에 따라 불공정거래 혐의가 짙은 이상종목이 잡혔을 때 나온다. 이상종목은 하루 평균 150개 정도. 33명의 감시요원은 각각 2대의 모니터를 놓고 해당 종목의 며칠간 주가와 공시내용을 바쁘게 들여다본다.

작전 혐의가 짙은 종목과 관련자들은 금융감독원에 통보되며 금감원 조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된다.

시장감시부 이희설 부장은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예전과 같은 대규모 작전세력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인터넷이 바꿨다

작전세력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차익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수십 명에 이를 수도 있다.

과거 대규모 작전세력은 돈을 대는 전주(錢主)와 증권사 직원이 낀 3명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여러 증권사 창구에서 시세보다 높게 매매를 하고 입소문을 통해 개미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사게 만든 뒤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나오면 하루아침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게 일반적인 패턴.

이런 작전은 요즘 통하기 힘들다. 시장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증시를 이끌고 있어 개인이 주도하는 시세 급등락은 바로 감독 당국에 포착된다. 투기적 자금보다 적립식펀드나 변액보험 등 장기적인 투자 자금이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

증권·선물회사들도 불건전 거래가 잦아 여러 번 경고를 받은 고객들의 수탁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시규정이 강화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 전달의 시차’가 거의 사라진 점을 꼽을 수 있다.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쪽만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일반인도 웬만한 정보는 금감원의 공시정보시스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부터 반년이 아니라 분기별로 실적을 공시하도록 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 음지(陰地)는 있다

그래도 작전세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액 작전’은 여전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박리다매(薄利多賣)’라고 표현한다.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작전세력을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혼자서 허수로 대량 주문을 내 호재를 기대한 다른 투자자들이 따라붙을 때 주문을 취소하는 ‘1인 작전세력’도 있다.

신한증권 박효진 수석연구원은 “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투기세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다”며 “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을 합리화하고 정도에 따른 투자를 한다면 작전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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