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 저성장 지속]설비투자 잠잠…하반기 걸림돌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코멘트
올해 2분기(4∼6월) 경제 성적표가 작년 동기 대비 3.3% 성장으로 나왔다. 1분기 2.7%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상반기(1∼6월) 경제성장률은 3.0%에 간신히 턱걸이해 잠재성장률(5.0% 추정)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어 하반기(7∼12월)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분기보다는 2분기, 2분기보다는 하반기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4%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 엔진’ 수출에서 내수로

지난해 연간 21%의 증가율을 보이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올해는 1분기 8.1%, 2분기 6.1% 증가에 그치며 눈에 띄게 활력을 잃었다.

그 대신 민간소비 등 내수가 서서히 살아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부문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분기 34.6%에서 2분기에는 84.5%로 크게 높아졌다.

의류 등 준내구재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자동차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도 크게 늘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오락 문화 등 서비스 지출도 늘어 2분기 민간소비는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2002년 4분기(10∼12월) 5.5% 증가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소비도 포함한 것이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상반기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가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작 중요한 국내소비는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

기업들이 늘어난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자동차, 가전을 중심으로 가격할인 행사를 벌여 민간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건설투자는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각각 3.4%, 2.9% 감소했으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등에 힘입어 2분기에는 1.8% 증가로 돌아섰다.

○ 설비투자 부진이 최대 걸림돌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올 상반기 3.0%, 하반기 4.5% 성장해 연간으로는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 4.5% 성장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병화(金炳和)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대외적으로 고유가와 원화가치 고평가, 대내적으로는 설비투자 부진 등의 걸림돌이 있어 하반기 경제가 ‘강하게’ 회복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으므로 문제는 설비투자다.

투자 부진은 특히 ‘고용 감소→소비여력 위축→저성장’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성장률이 높아도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25일 “지금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거기서 나온 이익을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창출하는 고용이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안타까워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설비투자가 살아나야 소비와 고용지표가 본격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며 “국내 기계 수주액, 자본재 수입액 등 선행지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투자가 둔화되면 하반기에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 할까▼

한은에 따르면 재정집행과 관련된 정부소비 항목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작년 2분기 9.2%에서 올해 2분기 15.3%로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여율 14.2%보다도 높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재정규모의 60%에 가까운 100조 원을 상반기에 집행한 결과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실탄’이 달린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논의되고 있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추경은 정부의 거시정책 중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카드”라며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만큼 관계부처 및 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학) 교수는 “상반기 재정집행 효과를 감안하면 추경예산을 몇 조 원 짜봐야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과감한 규제 철폐로 민간 설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