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 다가구 임대주택 '빈집…빈정책'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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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시 영세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며 지난해 9월 말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다가구 임대주택 가운데 3분의 1이 10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계획대로 도시 영세민이 입주해 살고 있는 임대주택은 시범 대상의 4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시범사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사업물량을 당초 2008년까지 1만 가구에서 2015년까지 5만 가구로 확대키로 결정해 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도시 영세민에게 임대하기 위해 서울 강서 관악 노원 영등포 중랑구 등 5개구에서 매입한 다가구주택 503가구 가운데 입주자가 없어 빈 채로 남아 있는 주택이 33.4%인 168가구에 이른다.

나머지 주택 가운데도 140가구는 정부가 매입하기 전에 체결한 전세계약자들이 살고 있어 임대주택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계획대로 도시 영세민이 입주해 사는 주택은 38.8%인 195가구에 불과했다.

주공에 따르면 한 가구를 매입하는데 들어간 평균 비용은 7000만 원. 당초 목적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307가구의 매입비용 215억 원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153가구의 시범주택을 보유한 관악구에서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주택(53가구)보다 빈집(59가구)이 더 많았다.

193가구를 갖고 있는 강서구에서도 81가구만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 45가구는 기존의 전세계약자가 살고 있고 66가구는 빈집, 나머지 1가구는 물품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노원구에서는 전체 시범주택(125가구)의 37.6%인 47가구 △영등포구에서는 전체(16가구)의 절반인 8가구 △중랑구에서는 전체(16가구)의 절반도 안 되는 6가구만 영세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공과 각 구청 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기존 전세계약이 끝나지 않은 주택이 많고 △입주자 선정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선정 절차도 복잡한 것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건교부는 “빈집이 많으면 유지관리비 부담만 늘어나는 만큼 입주율을 높일 수 있도록 조만간 입주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입주자 선정절차도 간소화하는 내용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다가구 임대주택:

정부가 대도시 도심에 있는 다가구주택이나 대학가 주변 하숙집 형태의 ‘다중주택’을 매입해 도시 영세민에게 제공하는 임대주택. 임대기간은 최장 6년이며 임대료는 주변 전세금의 30% 수준에서 책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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