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보고서 행간 읽어야 투자 타이밍 보인다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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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주가는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는 투자전략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표현이다.

국어사전에서 ‘조정’을 찾으면 ‘고르지 못한 것이나 과부족(過不足)이 있는 것 따위를 알맞게 조절하여 정상 상태가 되게 함’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투자보고서에 나오는 조정이란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다시 하락한다는 의미로 조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는 표현도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들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다.

○ 잘 새겨야 하는 표현들

증권사들은 보통 200개 안팎의 종목에 대해 투자등급을 3단계 또는 4단계로 나눠 의견을 제시한다.

삼성증권의 투자의견은 ‘매수’ ‘중립’ ‘매도’ 3단계다. 대신증권은 ‘적극 매수’ ‘매수’ ‘시장수익률’ ‘시장수익률 하회’ 4단계로 의견을 낸다. 대우증권은 ‘매수’ ‘트레이딩 바이’ ‘중립’ ‘비중 축소’라는 용어를 쓴다.

‘비중 축소’는 ‘매도’와 같은 말이다. ‘시장수익률 하회’라는 표현도 6개월 이내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전체 주가지수만큼 안 올라갈 정도로 전망이 어두우니 지금이라도 파는 게 좋다는 의미다.

또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낮추면 증권사가 이 종목을 ‘팔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그래도 파는 게 좋다는 뜻으로는 ‘반등을 이용한 비중 축소’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주가가 큰 흐름에서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니 반짝 오를 때가 있으면 즉각 팔고 나오라는 의미다.

‘방어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거나 ‘한 템포 늦춰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지금은 주식 사지 말라’는 뜻이다.

○ 왜 우회적으로 표현하나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이 좋을 때에는 해당 종목에 대해 ‘매수’라고 분명히 말한다.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도 과감히 내놓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쉽지 않다. 실제로 ‘매도’나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삼성증권은 올해 160건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매수’가 109건, ‘중립’이 51건이었다. ‘매도’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증권사가 보고서를 통해 ‘좋지 않으니 파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면 그 의견이 계기가 돼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가는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나 일선 영업지점으로부터 욕설이나 빗발치는 항의를 받기 일쑤다.

한 애널리스트는 “몇 년 전에 비하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종목에 대해 ‘매도’라는 명백한 의사를 표시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이 행간을 잘 읽고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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