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 “원금보장” 믿다간 다쳐!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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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20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습니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찾으면 누구나 한 번 정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는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도 아니다.

펀드 가입을 권유할 때는 “펀드도 투자인 만큼 원금 손실을 볼 수 있으며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나 금융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주의사항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와 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등 펀드 관련 4개 금융협회장은 1일 간접투자상품 판매 건전화를 위한 자율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 내용을 요약하면 펀드를 판매할 때 고객에게 장점은 물론 투자의 위험성까지 충분히 설명하도록 직원 교육을 잘하겠다는 것.

금융감독원이 잇달아 펀드 판매방식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하고, 금융협회장들이 결의대회까지 여는 것은 최근 적립식 펀드 가입 열풍이 자칫 ‘묻지 마 투자’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최근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적립식 펀드나 변액유니버설보험은 대부분 주식형 투자 상품이다. 고객들이 매달 내는 돈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나눠주는 것. 당연히 주가가 많이 오르면 수익이 많아지고,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 수준으로 높았던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주식형 펀드에 새로 가입했다면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있다.

적립식 펀드는 3년 이상 장기투자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몇 개월간의 단기 성과에 울거나 웃을 필요는 없다. 다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은행 창구나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때는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식형 펀드 상품은 원금을 거의 보장받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고유의 상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일부지만 보험설계사가 펀드 수익률이 연 9.5%로 확정된 것처럼 변액보험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수익률은 자금 운용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확정된 수익률은 없다”고 말했다.

▽가입 전에 펀드 성격, 투자설명서 등을 잘 살펴야=KB자산운용은 올해 4월 부동산펀드 ‘웰리안 3호’를 판매했다. 충남 아산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이곳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

하지만 이 부동산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는 아파트 지을 땅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달 펀드 판매 한 달 만에 청산절차를 밟았다.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펀드는 자금이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홍보실장은 “펀드는 은행 예금과는 달리 원금 손실이 생겨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서 “고객들은 가입 전에 과거 수익률 성과만 보지 말고 투자 위험성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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