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 문턱 낮아졌다는데…실적-기술 ‘칼심사’

  • 입력 2005년 5월 6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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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벤처기업 A사는 지난해 코스닥 등록을 신청했다가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탈락 원인은 엉뚱한 데 있었다. 수출 부품의 주원료가 ‘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코스닥 심사위원들은 “이 회사가 지금은 수출을 많이 하고 수익성도 좋지만 유럽이 환경문제로 납을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사업의 계속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닥 진입과 퇴출 심사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의 큰 방향은 기술력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것. 당장은 적자가 나도 기술이 좋으면 시장에 진입시켜 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술만 있다고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들어 기술력만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 이런 기업은 코스닥 등록 꿈도 꾸지 마라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B사. 업종이 유망하고 돈도 잘 번다. 2003년 매출액 120억 원에 순이익 40억 원을 남겼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진입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코스닥 심사위원회는 이 분야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향후 수익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휴대전화 모델을 개발해 주는 C사는 코스닥 등록 심사의 중요 기준인 자본금, 매출액, 지분구조 심사를 모두 통과했다. 다른 벤처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기술력도 탄탄하다.

그러나 모든 매출이 한 기업과의 거래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심사위원들은 발주회사의 마음이 바뀌면 이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판정했다.

○ 최근에는 실적 엄격히 따져

코스닥 초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는 미래 사업성을 내세우는 모험적인 기업이 등록되곤 했다. 등록 시점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옥션이 대표적인 사례.

코스닥 심사가 엄격해진 것은 비리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부터였다. 코스닥에 등록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사기 행각으로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후 적자 기업이 코스닥 심사에 통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 이런 기업은 등록 노려라

증권선물거래소는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력 있는 기업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심사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전문 평가기관에서 기술력 평가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수익성 요건 심사가 면제된다. 심사 전에 적자를 냈던 벤처기업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굿모닝신한증권 김종일 팀장은 “바이오,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등 차세대 성장동력 10개 업종에 속하고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벤처기업은 코스닥 등록에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특히 바이오 벤처기업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대신 기술력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성 기준이 엄격히 적용될 전망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제도총괄팀 이철재 부장은 “투자자에게는 해당 기술이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점은 앞으로도 꼼꼼히 따져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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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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