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동통신 3社 경영 성적표

  • 입력 2005년 5월 2일 03시 25분


코멘트
<<‘KTF의 약진, LG텔레콤의 선방(선방), SK텔레콤의 부진.’ 올해 1분기(1∼3월)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경영성적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동통신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가입자가 휴대전화에 쓰는 돈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뿐이다. 적극적인 설비투자와 마케팅으로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누가 더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가입자 이탈을 막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리는 국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KTF, 깜짝 실적의 이유=KTF는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81.8%(855억 원) 늘어 주식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는 모회사 KT의 힘이 컸다.

KTF의 서비스 매출액은 13.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KT 재판매를 통한 수익은 69.5%(406억 원) 늘었다. KT는 KTF의 무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가입자 사용료의 약 50%를 KTF에 준다.

KTF는 KT 덕분에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KT가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해 주기 때문에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비용이 크게 줄었다. 1분기 마케팅 비용은 220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6.9%(164억 원) 감소했다.

실제로 1분기에 증가한 KTF 가입자 31만2700명 가운데 KT가 모집한 고객이 24만2700명이고 KTF는 7만 명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마케팅 비용인데 이를 KT가 부담하기 때문에 KTF의 수익성은 당연히 좋아진 것.

▽수익성 나빠진 SK텔레콤=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다.

매출액은 113억 원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비용은 880억 원 늘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SK텔레콤의 수익창출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일선 대리점에 지급하는 모집 수수료(1인당 10만 원) 때문이다. 1분기에 SK텔레콤이 모집 수수료로 쓴 돈은 1420억 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액수. 광고 선전비가 560억 원으로 39%나 줄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직접적으로 가입자 유치 효과가 큰 대리점 영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장기적으로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광고는 대폭 줄인 것이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입자의 평균 월사용료(ARPU)도 KTF나 LG텔레콤과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김성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출은 제자리걸음하면서 요금 인하와 고정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 비교적 잘 막았다=올해부터 전면적인 번호이동제도가 실시됐다. SK텔레콤과 KTF가 LG텔레콤의 가입자를 끌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3위인 LG텔레콤엔 최대 위험요소다. LG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1502억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1년 전보다 20% 늘었다.

LG텔레콤 가입자는 3월 말 현재 605만8000명으로 작년 말에 비해 1만600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SK텔레콤과 KTF의 거센 공세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