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투자한 회사는 밤새 안녕할까?…올해 20여개사 횡령사고

  • 입력 2005년 4월 13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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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코스닥 등록기업인 후야인포넷은 “박정수 대표이사가 선급금 명목으로 28억1200만 원을 인출한 뒤 회사에 이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이달 들어 캔디글로벌미디어와 오토윈테크에 이어 세 번째 터져 나온 회사자금 횡령 공시였다.

코스닥 시장에 이런 횡령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20여 개 코스닥 등록기업에서 임직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횡령의 주체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등 책임자였다.

어울림정보기술, 씨엔씨엔터프라이즈, 하우리 등 한때 코스닥 시장의 대표주로 거론되던 촉망받던 기업까지 횡령 사건에 연루돼 투자자에게 충격을 준다.

▽잇따른 횡령 사고=최근 코스닥 시장의 횡령 사건은 빈도도 빈도지만 수법이나 규모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달 9일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전영삼 대표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전 대표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코스닥 상장법인협의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협의회 공금 1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는 국내 지하철 교통카드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2002년 초 주가가 2만8400원까지 올랐던 기업.

그러나 이후 실적 부진이 거듭됐고 전 대표는 부족한 회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회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사고 이후 주가는 더 떨어져 지금은 간신히 1000원 근처를 오르내리는 상황.

새로 회사의 주인이 되자마자 횡령을 저지르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어울림정보기술 경영권은 지난해 6월 지모 씨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 씨가 35억 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횡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회사는 이 사실을 지난달 공시했다.

안철수 연구소와 한때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시장을 양분했던 하우리의 권석철 전 사장도 현재 85억 원 횡령 혐의로 고소된 상태.

하우리는 “권 사장이 한컴리눅스에 내야 할 선급금 22억5000만 원과 부동산 매입비용 60억 원 등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금액은 하우리 자본금의 58.3%에 이른다.

▽코스닥의 신뢰가 떨어진다=문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어렵다는 점.

오너나 사장이 마음먹고 횡령을 한다면 이를 사후에 적발해 처벌할 수는 있어도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전적으로 경영진의 도덕성을 믿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영진이 적지 않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횡령 사고가 벌어지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도 문제.

우선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 상황이다. 또 3년 전부터 본격화한 코스닥 기업의 옥석(玉石) 가리기로 실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최근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사고가 나도 이를 공시하지 않고 숨기려고만 하는 기업들의 태도도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12일 횡령사고 공시를 지연했다는 이유로 후야인포넷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되는 등 적지 않은 기업이 사고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잇따른 횡령 사고로 코스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던 2001년 상황이 재현될까봐 걱정”이라며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에 대해서는 불성실 공시 기업을 즉각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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