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대책 키워드 '마이크로 크레디트'

지난해 3월 신용불량자 대책의 키워드가 ‘배드뱅크(Bad Bank)’였다면 이번 신용불량자 대책의 키워드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선납금조차 마련하지 못해 배드뱅크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극빈자에게 무담보로 소액 자금을 대출해 줘 생계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은행이 대출 받은 사람의 창업을 돕는 등 사후 관리까지 해 주는 대안 금융시스템이다.

현재 ‘사회연대은행’과 ‘신나는 조합’ 등 두 곳이 기부금을 출연 받아 사회복지 운동 차원에서 시행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에서 개념을 따왔다.

이번 조치로 영세 자영업자가 거래 은행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통해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계획서의 타당성 △빈곤 정도 △자활의지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

대출 후에는 더 복잡하다. 예컨대 ‘신나는 조합’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매주 한 번씩 조합에서 사업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때 조합 측은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출자는 이 지적을 사업 내용에 반영해야 한다. 매주 10시간씩 사업과 관련한 교육도 실시한다.

은행에서 도입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도 이와 비슷한 절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손실률은 낮은 편이다. ‘사회연대은행’은 지금까지 96명의 영세 자영업자에게 17억 원을 빌려줬지만 대출금을 떼인 적은 없다. ‘신나는 조합’은 3억 원을 빌려줬다가 2400만 원만 돌려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면 정부가 대출에 따른 손실액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들이 출자해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전문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